행운목·도마 등이 이송관로 막아…지자체 관리에 골머리
"이용 수칙 제대로 알리고 크고 단단한 물체 버리지 말아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비상식적인 폐기물 배출로 인한 쓰레기 시설 고장이 잇따르며 관리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인천시 연수구에 따르면 이달 초 송도국제도시에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일부가 고장 나 약 5일간 시설 가동이 중단됐다.

시설 점검 결과 쓰레기가 이동하는 지하 관로에서 50㎝를 훌쩍 넘는 행운목 한 그루가 발견됐다.

이 행운목이 쓰레기 이동 관로를 막은 것이다.

비상식적 폐기물에 송도 쓰레기자동집하시설 잦은 고장
◇ 통나무·합판에 이어 이불까지 등장

송도국제도시에는 아파트나 상가마다 생활폐기물을 버릴 수 있는 별도의 투입구가 설치돼 있다.

투입구로 배출된 쓰레기는 지하 이송관로를 따라 인근 집하장으로 옮겨진다.

연수구는 이달 초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찾아 약 4m 깊이의 땅을 파낸 뒤 이송관로를 절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자 관로 안에서는 누군가가 관상용으로 키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행운목 한 그루가 나왔다.

50㎝ 길이가 넘는 나무가 직경이 50㎝인 이송관로에 걸렸고 막힘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설 고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잘못 배출된 폐기물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한 주민이 무심코 내다 버린 도마로 인해 관로가 막혔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각각 통나무와 인테리어 합판이 이송관로에서 나왔고 같은 해 1월에는 이불이 발견되기도 했다.

비상식적 폐기물에 송도 쓰레기자동집하시설 잦은 고장
◇ 제구실 못 하는 자동집하시설

송도에는 현재 쓰레기 지하 이송관로가 53.6km에 걸쳐 조성돼 있고 7개 집하장이 운영되고 있다.

애초 자동집하시설은 문전 수거가 따로 필요 없는 편리한 시설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잦은 고장과 막힘 현상으로 인해 제구실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시설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직경 50㎝인 이송관로에 대형폐기물이나 단단한 물체가 들어올 경우 마모나 파손이 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관로가 꺾이는 곡관 부분은 막힘 현상이 쉽게 발생하는 구간이다.

송도 자동집하시설은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쓰레기 투입구가 구분돼 있지만, 단일 관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송관로가 막힐 경우 음식물이 쌓이며 심한 악취를 유발하기도 한다.

지자체가 쓰레기 배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세우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도 주민 A(58)씨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주민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지자체가) 이용 수칙을 명확히 알리고 관리 방식을 좀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식적 폐기물에 송도 쓰레기자동집하시설 잦은 고장
◇ 연수구, 피해 사실 알리기에 나서

1개 집하시설이 가동을 멈추게 되면 해당 지역 전체의 시설 이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

또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고장 난 관로를 보수하는 비용 외에도 수리 기간 쓰레기를 별도로 수거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이에 연수구는 잘못된 쓰레기 배출로 인한 피해 사례를 전단으로 제작해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자동집하시설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쓰레기 배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이송관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대형폐기물이나 단단한 물체 등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송도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지자체 간 '소유권 떠넘기기'에도 휘말리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수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자동집하시설 소유권 이관에 대한 분쟁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