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이은 타격으로 '진퇴양난'…기소까지 진통 불가피할 듯
이재용 손 들어준 수사심의위…검찰 수사 정당성 도마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및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에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1년 8개월간 진행된 수사의 '정당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까지 나섰던 만큼 기소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쉽게 무시할 수 없어 향후 사법처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6일 대검찰청에서 현안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9시간가량의 심의를 마친 현안위는 투표를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하라는 심의 결과를 내놨다.

검찰과 삼성 측은 이날 회의에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작업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한 법리 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확보를 위해 시세 조종 등 불법 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 등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반면 삼성 측은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이 부회장은 주가 관리 상황 등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현안위원 다수는 합병·승계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는 없었다는 삼성 측의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견에 힘입어 무혐의 주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손 들어준 수사심의위…검찰 수사 정당성 도마에

이 부회장은 합병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6일과 29일 두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후 지난 2일 기소 여부에 대한 검찰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달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로 맞섰다.

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후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소집된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볼 때 기소의 타당성에 대해 수사심의위를 통해 충분히 소명할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손 들어준 수사심의위…검찰 수사 정당성 도마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하면서 검찰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검찰은 그동안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후에도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는 등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따라서 수사 막판에 불기소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그동안 진행해온 수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형국이 된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와 더불어 '수사 중단'을 함께 권고한 만큼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 입증을 보강하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

심의위의 의결을 외면하고 기소를 강행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어서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검찰이 외부 전문가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한 권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상당한 역풍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검찰은 그동안 제도 도입 후 8차례 열렸던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모두 따랐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일부 받아들여 기소 대상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역시 사법처리 범위 등을 놓고 수사팀과 지휘부 간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기소를 강행하는 것"이라며 "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를 받아내는 것만이 1년 8개월간 이어온 수사가 정당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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