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범행으로 국가형벌권 방해"…조국·정경심 재판 영향은 제한적
'정경심 PC 은닉' 김경록 PB 징역형 집유…"일부 능동적 가담"(종합2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의 자산을 관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38)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26일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정 교수 자택의 개인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와 정 교수가 동양대 교수실에 놓고 쓰던 컴퓨터 1대를 숨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모두 자백했다.

다만 죄수(罪數)에 관한 일부 법리적 주장을 하고, 정 교수의 지시에 따라 소극적인 가담만 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소극적으로 가담한 정황과 능동적·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모두 발견된다며 이를 양형에 크게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정 교수로부터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도록 건네받은 당시 먼저 "이거 없애버릴 수도 있다.

해드릴까요?"라고 말했으나 정 교수가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많으니 잘 간직하라"고 말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또 지난해 9월 10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구속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하드디스크를 포장해 자신의 헬스장 개인 사물함에 보관하고, 이후 휴대전화에서 PC 분해 사진을 발견한 검찰이 추궁하자 그제서야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한 사실도 범행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증거를 은닉해 국가 사법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정경심에 대해 압수수색이 개시된 사정을 알게 되자 PC 하드디스크와 본체를 은닉하는 대담한 범행을 해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이 은닉한 PC 본체와 하드디스크에서 정경심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주요 증거가 발견된 점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은닉한 증거를 모두 제출했고 내용을 삭제한 정황까지는 발견되지 않은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혐의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혐의와도 연결돼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지난해 8월 27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수사가 본격화되자 증거를 숨기기로 공모한 뒤 김씨에게 은닉을 지시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모두를 김씨에 대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이날 선고 결과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재판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혐의에 대해 정 교수 측은 '교사범과 정범'의 관계로 볼 수 없다며 검찰이 무리한 법 적용을 해 기소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아직 구체적으로 이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김씨의 행동은 운전을 하고 PC와 하드디스크를 보관한 것이 전부"라며 "정 교수가 동양대에 직접 가서 보관을 맡긴 것 등을 보면 공동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교사범이 아닌 공범에 해당하므로, 이는 '자신의 형사사건'의 증거를 방어권 행사를 위해 은닉한 것이라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형법상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은닉·위조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선고하면서 정 교수와의 공범관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본범인 정경심"이라는 표현만을 사용했다.

본범이란 증거인멸죄에 관한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증거인멸의 대상이 되는 형사사건의 당사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교사범이 인정되는지를 따지는 작업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재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