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적절성과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26일 열린다. 삼성과 검찰이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총력전에 나서 일종의 ‘미니 여론전’ 성격을 띨 전망이다.

기소 의견이 나올 경우 국정농단(최순실 사태) 의혹 등으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최소 수년간 더 연장될 수밖에 없다. 반면 불기소 의견이 나온다면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 중인 검찰로선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삼성 “불법행위 없어 기소 부당”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현안위원회를 소집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50분까지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검찰 밖 전문가들로 구성된 15명의 위원이 참석할 계획이다.

회의 일정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일도 있다. 과거 수사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법조계 인사는 “개별 사안 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상 법리 해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법조계는 검찰이 ‘프로젝트G’ 문건을 앞세워 삼성 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G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불린 옛 미래전략실이 2010년대 초반부터 진행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안이다. 최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용 말 3마리를 지원받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200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한다”며 징역 18년 확정 판결을 내린 것도 이 부회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논리로 활용될 전망이다.

반면 삼성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다고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로 꼽히는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역시 2017년 법원이 “문제 없다”고 판결한 것을 앞세워 이 부회장의 무혐의를 주장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입장문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됐다”고 강조해왔다. “검찰의 잣대에 따르면 거의 모든 상거래와 경제행위가 불법으로 치부될 것”이라는 논리도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심의 결과 감안해 최종 처분”

수사심의위는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하기에 양측 모두 구두변론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보다 상대방의 주장을 재반박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 측이 불기소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9일 법원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는 수사심의위의 결론과 관계없이 검찰이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개최를 하루 앞둔 25일 “수사심의위 결과까지 감안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그대로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