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25일 기준 어린이와 교사 100명이 구토와 설사 등 식중독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4명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 의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는 이날 안산 A유치원에 다니는 원생과 그 가족, 교사 등 100명이 구토 설사 발열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지난 16일 이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4명이 처음 식중독 증상을 보인지 열흘 만이다.

시는 이날까지 어린이 184명과 교직원 18명 등 202명의 검체를 채취해 조사했다. 이 중 100명이 유증상자이고, 이 가운데 원아 19명과 가족 3명 등 22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인원은 증상이 경미해 외래 진료를 받고 있거나 무증상자다. 시는 가족 58명과 식재료 납품업체 직원 3명 등 84명에 대해서도 별도 검사를 진행 중이다.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원아 42명과 교사 1명 등 총 43명의 검체에서 장 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장 출혈성 대장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의 일종이다. 덜 익은 소고기나 오염된 음식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기 쉽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심한 경련성 복통,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킨다.

보건당국은 이 중 환자 14명이 HUS 감염자로 의심되고 5명은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병은 세균 감염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져 피에 독소가 쌓인다. 환자 절반 정도가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망가진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린다.

해당 유치원에 아이를 맡긴 한 학부모는 이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을 뿐인데 지금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하고 있다”며 “어떤 상한 음식을 먹여야 멀쩡한 아이가 투석을 받는 일이 발생하는 건지 분노가 치밀었다”고 적었다.

시는 조사 과정에서 A유치원이 식중독 사고 등에 대비해 배식 이후 보관해야 할 음식(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