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시민 공유지로 활용 촉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재벌 자산증식 수단 되면 안돼"
경복궁 옆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가 재벌의 불로소득 실현 수단이 아닌 시민의 공유지가 돼야 한다고 시민사회단체들이 25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는 역사·지정학·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공간"이라며 "재벌의 자산증식을 위한 수단이 아닌 시민들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공유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시세 수준의 높은 매입가를 제시했음에도 대한항공은 만족하지 못하고 경쟁입찰을 통한 매각으로 높은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무리한 수익을 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우리 사회의 공공·공유적 가치를 확대하는 과정에 동참하라"며 "송현동 부지는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 기준 감정가로 시가 사들여 시민 자산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재벌 자산증식 수단 되면 안돼"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3만6천642㎡ 면적의 비업무용 토지로, 해방 이후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되다가 1997년 삼성에서 1천400억원에 사들였고 2008년에 대한항공이 2천900억원에 매입했다.

최근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며 부지매입가를 4천671억원으로 책정한 뒤 2년 분할지급을 제안했으나 대한항공은 재산권 침해라며 최소 5천억원을 요구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송현동 부지는 조선 시대 때 경복궁과 일반 도심지역의 경계를 나누는 완충지 역할이었다"며 "영국이나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우선 매입권을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재벌들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과세 특혜를 주고 재벌들이 매각하려고 하면 토지를 재감정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며 "공익 목적이라면 정부와 시는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정부와 관료가 재벌 앞에만 서면 약해진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