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에 몸 묶은 학생들은 밤샘 연좌시위…'집회 선순위' 자유연대는 현장 대기
수요시위 자리 뺏긴 날…대학생들 "시위 모욕·방해 중단하라"
보수 단체의 장소 선점으로 28년 만에 수요시위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지 못하게 된 24일 대학생단체들은 수요시위에 대한 모욕과 방해를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대학생분과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단체의 오늘 만행은 명백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이 운동, 정의로운 많은 사람이 함께한 반일운동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벽부터 내린 장맛비 속에서 우비를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 70여명은 저마다 준비한 발언을 이어갔다.

빗줄기는 시간이 갈수록 굵어졌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2시간 30분에 걸쳐 목소리를 높였다.

수요시위 자리 뺏긴 날…대학생들 "시위 모욕·방해 중단하라"
진보대학생넷은 "저들이 없애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수요시위만이 아니다"라며 "친일 매국 세력은 수요시위를 공격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역사적 책임을 지워버리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도 "수십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반도 평화, 반전, 일제 식민지배 사죄·배상의 길에 언제나 함께 한 수요시위와 평화의 소녀상을 친일극우단체가 전범기를 휘날리면서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평화나비네트워크는 "어떤 교수들은 '자유'라는 명분 아래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를 부정했다.

수요시위를 지키기 위한 농성에서 '어린 것들이 아무것도 몰라 이곳에서 농성한다'고 했다"며 "언론은 제목 장사하기에 바쁘고, 이때다 싶어 활동가와 피해자를 떼어놓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는 "우리 대학생들은 그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의연히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이어가고 지켜갈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10m가량 옆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서는 전날 오전 소녀상에 몸을 묶은 대학생 20여명이 연좌 농성을 이틀째 이어갔다.

그 옆에서 이들 학생과 밤새 대치하며 노숙한 자유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대기 중이다.

전날 밤 자유연대 일부 회원이 소녀상에 연좌 중인 대학생들에게 고성으로 야유를 보내거나 난입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자유연대는 23일 자정부터 7월 중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 집회 신고를 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선순위에서 밀린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1천445차 수요시위를 소녀상이 있는 원래 장소 대신 남서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게 됐다.

수요시위 자리 뺏긴 날…대학생들 "시위 모욕·방해 중단하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