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복귀…'잃어버린 얼굴 1895'서 명성황후 역할 맡아
"늘 연기에 목말라해"…"세밀하게 명성황후 삶 그려낼 것"

무대가 그리웠다.

하지만 공백이 두렵기도 했다.

연기를 다시 시작하며 이번에는 "나를 너무 코너로 몰아가지 말자"고 자신에게 되새김질했다.

그는 1년여의 공백을 깨고 올해 5월 연극 '그라운디드'로 복귀한 데 이어 내달 8일에는 본업인 뮤지컬로 돌아온다.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명성황후 역할을 맡은 뮤지컬계의 '디바' 차지연 얘기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시해사건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갈등과 정치적 세력 다툼을 그린 작품이다.

다음 달 공연을 앞두고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갑상샘암 극복하고 뮤지컬 무대 복귀한 배우 차지연

차지연은 2006년 데뷔한 이래 주요 역할을 도맡은 뮤지컬 분야의 디바다.

뮤지컬 팬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잘 알려졌다.

2011년 MBC 노래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과 함께 출연해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으며 2015년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여전사 캣츠걸'로 출연해 5연승을 달성했다.

인지도도 있고, 실력도 있으니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마타하리'부터 '서편제' '광화문 연가' '노트르담 드 파리' '호프'까지 쉼 없이 일했다.

"작품은 약속이 돼 있고, 그걸 연이어서 해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이를 낳은 후 '마타하리'로 찾아뵈었는데, 몸이 예전과는 달랐어요.

아이를 돌보면서 작품을 만나는 건 미처 상상도 해보지 못한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어요.

매우 버거웠죠. 열정은 큰데 몸은 따라주지 않았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
과도한 스트레스는 몸에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지난해 4월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공연을 앞뒀던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하차했으며 모든 스케줄이 올스톱됐다.

일을 잠시 쉬었지만, 일상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건 아니었다.

그간 미뤄뒀던 문제들을 일상 속에서 하나둘 마주했다.

병마와도 싸웠지만, 그런 일상의 문제들과도 "씨름하는 삶"이 이어졌다.

"제 삶 가운데 있었던 문제들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서 불거졌어요.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결국에는 방법을 찾아냈죠. 이제야 조금 평안해진 것 같아요.

마음이 편안해지다 보니 몸의 회복 속도도 빨랐어요.

그동안에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면서 많은 것들을 보지 못했어요.

"
갑상샘암 극복하고 뮤지컬 무대 복귀한 배우 차지연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차지연은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삶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 배우로서의 삶을 묵묵히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가 복귀작으로 100석 안팎의 작은 연극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숙고의 시간과 무관하지 않았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소망이 큽니다.

그래서 '그라운디드'라는 작품에 도전한 거예요.

인물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다 보면 제 색깔이 나오는 것 같아요.

뮤지컬 넘버(노래)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내는 음들이 대사를 만났을 때, 조금 더 호소력이 짙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늘 연기에 대해 목말라 했습니다.

"
처음에는 주 무기인 노래도 없이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그것도 모노드라마로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오경택 연출과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면서 결국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뮤지컬에도 도움이 됐다.

"뮤지컬은 '그라운디드'를 하는 데 도움이 됐고, 그라운디드는 명성황후를 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뮤지컬과 연극 사이에 긍정적인 상호 작용이 있었던 거죠."
갑상샘암 극복하고 뮤지컬 무대 복귀한 배우 차지연

차지연은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세 번째 출연한다.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5년 만에 명성황후 역할을 맡았다.

가정생활, 육아, 투병, 연극 도전에 이르기까지 지난 5년여의 세월은 그를 허투루 통과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장면마다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불렀어요.

이제는 엄마가 됐고, 아내가 됐고, 그때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게 됐죠. (해석할) 너무 많은 것들이 작품 곳곳에 숨어 있었어요.

연습할 때도 똑같은 느낌으로 반복한다기보다는 새로운 느낌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고, 세밀하게 이 여성의 삶을 그려낼까 고민했어요.

섬세한 감정표현에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인터뷰하는 지금도 명성황후의 그런 감정들을 생각하면 털이 곤두서요.

연기하면서 느낀 감정을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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