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 포도농사 짓는 박명구씨 "자원봉사자 '가뭄의 단비'"
용인시, 7월 10일까지 25개 포도·양파 농가에 400명 인력 지원

농번기를 맞아 농민들이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하면서 외국인 일꾼이 사라진 데다 군부대와 일반인의 자원봉사가 예년같지 않기 때문이다.

농번기 일손 부족 심각…자원봉사자 손길에 농민 함박웃음
경기 용인시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3일 오전 9시 20분 처인구 백암면 근삼리의 한 포도 비닐하우스 앞에서 만난 박명구(66)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3천966㎡ 규모의 밭에 캠벨 포도를 30년째 키우고 있다는 박씨에게 지금은 일 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다.

포도송이에 봉지를 씌워야 병해충도 방지하고 예쁜 색의 포도송이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져 아내와 단둘이 포도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포도 농사를 할 사람이 부족해 평일에는 아내와 일을 하고, 주말에는 자식들하고 친·인척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외국인 인력은 인건비가 비싸 잘 못 쓰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찾아보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용인지역 포도 농가는 20곳에 달한다.

총 재배면적은 5만1천570㎡가 넘는다.

포도 농가뿐 아니라 양파 농가도 일손이 시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계로 수확한 양파를 상자에 담아 포장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가족끼리 일하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최근 용인시에 잇달아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용인시는 포도 농가 20곳, 감자·양파·마늘 농가 5곳 등 인력지원이 시급한 25개 농가를 선정해 일손 지원에 나섰다.

내달 10일까지 이들 농가에 400여명의 자원봉사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 인력은 주로 용인시자원봉사센터에 신청한 자원봉사자들과 농협, 의용소방대, 공무원 등이다.

22일에는 71명의 자원봉사자가 백암면 용천리와 근삼리 지역 양파 농가와 포도 농가 각 2곳에서 양파 수확과 포도 봉지 씌우기를 도왔다.

이날은 백암면 근삼리에 있는 박명구·이은호씨의 포도 농가 2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기자가 찾아간 박씨의 포도밭 비닐하우스에는 이날 아침부터 45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무더위 속에서도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에 흰색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2시간 30분 동안 했다.

이수민 어머니자율방범대 용인시연합회장은 "코로나19로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하러 왔다"면서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할만했다.

농민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번기 일손 부족 심각…자원봉사자 손길에 농민 함박웃음
박씨는 "지금 일손이 한창 필요한 시기에 봉사자들이 찾아와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저 같은 농민에게 이분들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용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인지 군부대의 일손 지원이 예년만큼 잘 안 되고 있어 일반 시민과 단체의 자원봉사가 매우 절실하다"면서 "농가 일손돕기에 많은 시민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현재 지역 군부대에 농촌 일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용인시자원봉사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15만8천339명이던 자원봉사자 신청자가 올해는 6월 4일 기준 7만3천99명으로 8만4천34명(53.2%) 감소했다.

농가 일손돕기 자원봉사를 하려는 개인 또는 단체는 1365자원봉사포털(www.1365.go.kr)이나 용인시자원봉사센터(☎1544-7115)로 신청하면 된다.

한편, 경기도 양주, 안성, 과천에서도 농협, 의용소방대 등 지역 사회 구성원이 참여한 가운데 농촌일손돕기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