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론스타 ISD 새 의장중재인에 윌리엄 비니 변호사…중재 재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사건의 새로운 의장중재인으로 캐나다 연방대법관 출신 윌리엄 비니 (81·사진) 변호사가 선임됐다. 지난 3월 전임자가 지병을 이유로 사임한 지 3개월 만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는 최근 한국-론스타 ISD 사건의 의장중재인으로 비니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비니 변호사는 1982~1986년 캐나다 법무부 차관보를 지냈으며, 1998~2012년 캐나다 연방대법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 양측의 협의를 거쳐 그가 임명됐다. 한 국제중재업계 관계자는 “비니 변호사는 정부나 기업 중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결정을 내려온 전력이 없는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영국 국적인 고(故) 조니 비더 변호사가 의장중재인을 맡아왔다. 2012년 11월 론스타가 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소하고, 2013년 5월 중재판정부 구성이 완료된 이후 줄곧 비더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이끌었다. 하지만 비더 변호사는 지난 3월 지병을 이유로 의장중재인에서 물러났으며, 사임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별세했다.

의장중재인이 새로 구성된 만큼 중재 절차가 본격 재개될 전망이다. ICSID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판정부 결원이 보충될 때까지 중재가 중단되는 만큼, 지난 3개월 동안 이번 사건은 공전을 거듭했다. 중재판정부는 의장을 포함해 총 3명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중재인인 브리짓 스턴 파리1대 명예교수(한국 정부 선임)와 찰스 브라우어 미국변호사(론스타 측 선임)는 계속 이번 사건을 심리한다.

국제중재업계에선 새로 구성된 중재판정부가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데 속도를 내더라도 연내 선고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ISD는 현재 8년째 진행 중이다. 양측은 2016년 양측의 최종 변론을 마치고 중재판정부의 절차종료 선언만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절차종료 선언 이후 180일 이내 중재판정부는 최종 선고를 내려야 한다.

한 국제중재업계 관계자는 “전임자였던 비더 체제 하에서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이 사건을 충분히 논의한 만큼, 새로 따져봐야 할 쟁점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비니 신임 의장중재인이 방대한 사건기록을 검토해야 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선고는 어렵고 빨라도 내년 상반기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니 신임 의장중재인이 단순히 기록 검토만 하는 것을 넘어, 양측의 대면심리를 추가적으로 요청하는 등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려 한다면 이번 사건의 결론은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최근 론스타 관계자가 언론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 같은 행태는 의장중재인이 새로 선정돼 절차가 재개되는 현 시점에서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에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사건에서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