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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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29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내일(25일)과,마지막 날인 29일에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올해도 시한내 타결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인상률'과 '차등 적용'이라는 두가지 핵샘쟁점이 모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 관보게재일이 8월 5일 인만큼 그 때까지 한바탕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노총은 현재 시간당 859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1만770원으로 올리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3년 동안 33%나 인상했음에도 내년에 25.4% 추가인상으로 단번에 1만원대로 진입하자는 주장이다. 코로나 직격탄에 생사기로에 선 기업이 잇따르고, 사태 장기화도 유력해 "이번엔 인하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거센 인하요구를 피해가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겠지만 최소한의 상도의를 팽개친 듯해 씁쓸하다.

올해는 인상률 못지 않게 지역별·업종별·사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여부도 쟁점이다. 경영계는 업종 기업규모에 다른 차등화를 강력히 요구중이다. 미래통합당 정희용 최승재 의원 등도 차등적용 법안을 이미 발의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며칠전 당정간담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정부와 여당은 (차등적용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한다”고 명시했다.친노(親勞)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고용부 설명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고용부는 "법 취지와 해외사례 등을 고려해 볼 때 업종별 차등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사실관계 외면을 넘어 왜곡에 가깝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근로자의 생계비,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 정하되,사업의 종류별(업종별)로 구분해 정할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서 신음하는 지금이야말로 사문화된 조항을 되살려 차등적용을 검토하는 것인 최저임금법 취지에 부합한다. 최저임금위원장도 지난해 이맘때 한 공청회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정부 설명은 궁색하다.

또 '해외 사례'가 없는 것처럼 말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정반대다.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태국 등 많은 개도국도 자국 사정에 맞춰 최저임금을 차등한다. 산업구조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에는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종류가 240개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1988년에 제조업을 그룹별로 나눠 최저임금 차등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법이나 외국과의 비교를 떠나서 경제현실을 감안해봐도 차등화가 합리적 선택이다.지역별 물가차이만 봐도 알수 있다. 작년말 기준 냉면가격은 가장 높은 서울은 8962원이지만 제주도는 7000원이다.비빔밥도 서울은 8679원,경남은 6800원으로 2천원 가량 차이 난다.삼겸살(200g)의 경우 서울(1만6325원)과 강원도(1만2000원)의 차이가 4000원이 넘는다. 김밥도 경남 2430원, 충북 1929원이다.

차등적용이 어려운 주요 이유로 ‘낙인효과’를 꼽기도 하지만 이 역시 과도한 걱정이다. 지역별 격차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누구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서울의 70% 안팎에 그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무리한 최저임금제도는 실업을 야기한다는 점도 수차례 입증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왜 과장 왜곡까지 동원하며 거부하는 것일까.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라면 비경제적인,즉 정치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아마도 차등화 요구에 불응하는게 지방거주자나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정치적으로 먹힌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생산성과 괴리된 임금은 지속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판이다. 한 두해 정도는 지지를 받을수 있지만 결국 노동시장 전반을 왜곡하고 일자리 파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최저임금을 받는 한계선상의 근로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조선업 불황으로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은 경남 거제시가 업종별 차등적용을 먼저 건의하고 나선 것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과 확산하고 있다. 최저임금 못 지키니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는 절규도 넘치고 있다. 무리한 정책은 일자리 감소와 범법자 양산을 부를 뿐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약자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내 밥그릇만 챙기는 행태와, 이의 정치적 악용은 당장 멈춰야 한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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