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에서 입사시험인 '엘탭(L-TAB)'을 실시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수험생들이 입장을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롯데제공
롯데그룹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에서 입사시험인 '엘탭(L-TAB)'을 실시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수험생들이 입장을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롯데제공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 마케팅’ 신입 채용, LG화학 6월 전지사업본부 R&D(연구개발) 신입사원 채용,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시스템 개발팀 채용전제형 인턴 모집…

기업들의 채용공고문이 달라졌다. 모집 분야가 구체화 됐고,필요 역량도 상세히 소개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공채중심에서 수시채용으로 채용방식을 바꾸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하나은행 인사팀 이보람 팀장은 “수시채용시대 기업들은 바로 업무에 투입할 인재를 선호한다”며 “앞으로 구직자들은 대학 졸업전 자신이 성장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아르바이트,인턴십 등의 실무능력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화된’ 채용공고

LG그룹이 지난 9일 ‘정기 공채 폐지·수시채용 도입’을 선언한 다음날 LG화학은 LG커리어스닷컴에 9건의 신입사원 채용공고문을 올렸다. 전지사업본부 R&D·생명과학사업본부 품질관리 등 채용분야를 명확히 제시했다. 채용분야에 대한 상세 직무, 모집전공, 근무지 등도 자세히 적시했다. 지난해 정기공채때 기업별로 모집부문을 밝힌 것보다 더 구체화된 것이다. LG화학 인사팀 관계자는 “지원부터 인턴십까지 직무별로 이뤄진다"며 "지원자 본인의 희망 직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메디슨은 방사선 면허를 보유한 ‘방사선사’ 채용공고를 올렸다. 현대글로비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냈다. 지원자격은 실내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 인테리어 디자인 설계 5년 경력, 디자인 프로그램 능통자 등으로 제한했다.

수시채용은 기업들이 필요할 때 필요한 인력을 뽑기 위한 채용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인재충원이 필요한 모집 부서에서 채용공고를 바로 올리기도 한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 15일 ‘큐셀 시스템 개발팀에서 인재를 찾습니다’란 문구의 채용공고를 올렸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영업/마케팅 △태양광셀/모듈 R&D △시스템 및 비지니스개발 △생산 △경영지원 등 5개 조직이 있지만 이 가운데 시스템개발팀이 이번에 채용을 한 것이다.
모터스포츠 마케팅, 전지사업 R&D…채용공고가 달라졌다
◆‘채용형 인턴’ 유형도 다양

기업들은 여름방학을 활용한 채용형 인턴십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인턴십으로 검증된 인재를 뽑는 것이 수시채용 시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우수인턴에게는 정규직 입사 등의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턴십 방식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

지난해까지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해 온 KB증권은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여름방학 6주동안 현업부서 실습을 통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인턴에게는 신입공채시 서류·필기시험 면제혜택을 줄 방침이다. 네이버 계열사의 IT서비스 회사인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은 6주간 인턴십후 우수 평가를 받은 지원자를 신입사원으로 바로 채용할 예정이다. 신입 상품기획자(MD)를 선발하는 소셜커머스 티몬은 1개월 수습 기초직무, 2개월 실무MD 기간중 일정기준이 미달된 지원자는 탈락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개월 최종 실습기간을 통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동국제강은 대학교 4학년 1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 사원’을 뽑고 있다. 선발자는 2학기 4개월간 주1회 출근하면서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게 된다. 매월 학업지원비 50만원도 지원한다. 채용여부가 불확실한 인턴십과 달리 이 전형에 최종합격하면 정직원으로 고용이 확정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들의 수시채용과 채용형 인턴십에 구직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절반이상(54.8%)이 “수시채용이 정기공채보다 취업에 더 유리할 것 같다”는 응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작스런 공채 폐지와 경력수준의 직무역량을 요구하는 채용공고에 구직자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한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수시채용은 경력자를 뽑겠다는 것인데 어디서 경력을 쌓을지 막막할 뿐”이라며 “이젠 신입사원 입사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