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금지 조건 서류검사로 입항…뒤늦게 모든 러 선박 승선검역 검토
러 선박 2척 선원 42명 중 17명 확진, 나머지 재검중…더 늘어날수도
같이 작업한 항운노조원 등 접촉자 170명가량 "감염된 거 아냐" 불안
무너진 항만방역…'특이사항 없음' 신고만 믿고 검역증 발부(종합2보)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원의 무더기 확진 판정은 러시아 선박 측의 거짓 신고에 피해가 커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더해 국내의 구멍 난 항만방역 체계로 인해 다수의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고 자칫 지역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 전자검역 구멍…국내 작업자 뒤섞여 작업·인근 선박도 왕래
23일 부산시 등 방역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냉동운반선 A호는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21일 오전 8시께 부산 감천항에 입항했다.

A호는 검역 당국으로부터 배에서 내리지 않는 조건으로 전자검역을 거쳐 입항했다.

전자검역은 검역관이 배에 타는 '승선 검역'과 달리 전산으로 보건 상태 신고서, 검역질문서 응답지, 항해 일지 등 서류를 받아 검토하는 것이다.

A호 측은 선원 전부 건강상의 특이사항이 없다고 신고했고 검역 당국은 이를 그대로 믿고 검역증을 내준 셈이다.

이렇게 검역을 통과한 A호는 감천항에서 21일 오전부터 하역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선원은 마스크조차 제대로 끼지 않은 채 부산항운노조원과 뒤섞여 작업했다.

무너진 항만방역…'특이사항 없음' 신고만 믿고 검역증 발부(종합2보)

22일 오전 9시께 A호 해운대리점이 검역소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선한 선장의 확진 판정과 선장과 A호 선원 10명이 선장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려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검역소 측은 A호에 검역관을 보내 검역한 결과 선원 3명이 고열 증세를 보였고 선원 21명 모두에게 진단검사를 해 오후 늦게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A호는 발열 증세를 보인 선장과 밀접 접촉한 선원 다수를 태운 채 6일이나 운항했고 그사이 선원 간 감염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역작업은 이날 오전 11시께 중단됐으나 이미 러시아 선원과 부산항운노조원은 하루가량 함께 작업한 뒤였다.

더군다나 러시아 당국도 통상 국제보건 규칙에 따라 발열 증상으로 러시아에서 하선한 선장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통보해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러지 않았다.

사흘 전 감천항에 먼저 도착한 같은 선사 B호에서 선원 21명 중 1명이 양성 판정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애초 A호는 하선 금지를 조건으로 입항했지만 B호와도 선원 간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또 고열 환자 3명을 신고하지 않은 A호 승선원에 대해 검역법에 따라 조처하고 러시아 선원 집단감염이 국내로 전파되는 게 아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너진 항만방역…'특이사항 없음' 신고만 믿고 검역증 발부(종합2보)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누적 확진자가 59만명을 넘어선 러시아 선박이 입항할 경우 검역관이 직접 승선해 검사하는 '승선 검역'을 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당국은 상황이 이렇자 뒤늦게 러시아를 '승선 검역'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국, 이란, 이탈리아 등 3개국만 승선 검역 대상이다.

◇ 밀접 접촉자 92명·더 늘어날 수도…국내 작업자 감염 불안
부산시는 이날 A호 승선원 21명 중 확진 판정을 받은 16명과 밀접 접촉한 사람은 현재 92명이라고 밝혔다.

A, B호 선원과 접촉한 이는 모두 170여명에 달하고 이들 모두 차례로 진단 검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러시아 선원 발 집단감염이 국내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A호와 B호를 오가면서 선박 수리를 한 수리업체 직원 6명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B호 선원 1명도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감천항 화물 하역작업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두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는 작업을 했던 항운노조원 124명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감천항에서 일하는 부산항운노조원은 모두 407명이며 이중 냉동 화물 하역 담당이 340명이다.

이들 중 지난 22일 124명이 A, B호 냉동수산물 하역을 위한 본선 및 육상 조업에 투입됐다.

전체 조합원의 36.4%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이들이 2주간 일손을 놓으면 당장 선박이 싣고 온 화물을 제때 싣고 내리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너진 항만방역…'특이사항 없음' 신고만 믿고 검역증 발부(종합2보)

◇ 확진 러 선원들 부산의료원 이송…우리 정부가 치료비 부담
A호 러시아 선원 확진자 16명은 이날 오후 부산소방재난본부의 25인승 구급 버스로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확진자 16명은 병실에 입원한 뒤 본격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16명 대부분 가벼운 발열 증상을 보이거나 별다른 증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나머지 러시아 선원 5명을 A호에 계속 격리하며 재검사할 예정이다.

러시아 선원들은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부산시 확진자 누계(현재 149명)가 아닌 검역소 확진 환자 통계에 포함된다.

러시아 선원 확진자의 검사 비용과 입원 치료비 등은 국제규약과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러시아 선원 확진자들은 이에 따라 완치 때까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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