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을 두고 빚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조사권 갈등이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추 장관이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수감자 중 한명을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도록 지시하면서 15년 만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이 지난 18일 한 전 대표의 동료수감자 한모씨를 지목해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하라고 한 지시를 두고 15년 만에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진정은 법무부에 접수됐고 해당 사건은 대검찰청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조사 중이다. 다만 '대검 감찰부 패싱' 논란이 불거졌고,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인권부 배당 지시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며 논란이 커졌다.

또 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조사에 응하지 않고, 대검 감찰부 조사에는 응하겠다는 참고인의 편지가 공개되자 추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라고 지시했다.

법무부 차원에서 확실한 진상 조사를 이끌겠다는 의지 표명이었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윤 총장의 힘을 빼기 위해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윤 총장이 진정사건 조사를 맡긴 중앙지검 인권감독관 대신 대검 감찰부가 조사의 전면에 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을 별도로 '재지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검찰이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을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건 이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행사하는 수사 지휘권은 검찰청법 8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에 근거가 있다. 다만 여태껏 실행된 사례는 2005년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6·25 전쟁은 통일 전쟁'이라고 한 강종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구속 수사를 추진하던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이같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김종빈 검찰총장은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법무부는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청법 8조에 근거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과거 사례와 온도 차가 있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증언 강요 의혹 조사가 사건번호가 붙은 '구체적인 사건'에 해당하기에 이런 지시는 검찰청법 8조에 근거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중요 참고인을 조사 권한이 있는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도록 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대검 역시 이번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의 수사 지휘를 전면 전환하는 과거의 '수사 지휘권' 발동과는 다르다고 보는 분위기다. 추 장관과 조사 주체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인 조사 방향에 양측 의견이 배치돼 이번 지시가 나왔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다만 양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향후 조사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여지는 충분하다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비록 투트랙 방식 조사에 수긍했지만, 증언 강요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진술에 대해 서로 달리 판단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인권감독관실이 조사를 전담하면 '제 식구 감싸기'가 우려된다는 시각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을 제청한 진보 판사 출신이라는 점 등을 들어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