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채널A 기자 전문자문단 수용…"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
윤석열 '측근 감싸기' 비판 소지…유사한 소집 요구 늘어날 수도
'검언유착 수사' 형평성 논란에 결국 외부 의견 듣기로
대검찰청이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 대한 판단을 결국 수사팀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언론 취재가 형사처벌 문제로 발전한 사건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새어 나온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의 불협화음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채널A 이모(35)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기소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지난 14일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대검에 제출했다.

이 기자 측은 검찰 수사팀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의혹 제보자인 지모(55)씨 등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하는 등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전문수사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다.

단장을 포함해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사' 또는 '형사사법제도 등의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7∼13명으로 구성된다.

대검과 수사팀이 현직 검사나 법학교수 등을 단원 후보자로 추천하면 검찰총장이 위촉한다.

전문자문단은 일선 수사팀과 이를 지휘하는 수뇌부 사이에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도 수사팀과 지휘부의 견해차가 전문자문단 소집으로 이어졌다.

검언유착 수사팀과 대검은 수사 방식과 대상 등을 두고 크고 작은 의견 차이를 보여왔다.

수사팀은 지난 4월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지만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는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바람에 대상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수사팀이 MBC 압수수색 영장을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작성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균형 있게 사건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고도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치우침 없이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검언유착 수사' 형평성 논란에 결국 외부 의견 듣기로
이후 추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집행 등 수사 과정에서도 보고 문제 등으로 대검과 수사팀 사이의 잡음이 외부로 새어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전문자문단 소집이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 결과와 검찰·언론개혁 여론이 결부돼 정치쟁점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팀 외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과 대검이 의견 차이가 있다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할 명분은 충분하다"며 "언론 영역과 관련된 수사인 만큼 외부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 검사장이 이 기자와 협박성 취재를 공모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최근 채널A 법조팀장과 사회부장 등 이 기자의 보고라인은 물론 A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며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건 당사자의 진정을 대검이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문자문단이 소집된 만큼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

전문자문단은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심의할 수사심의위원회와 달리 당사자에게 소집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피의자의 진정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기자 사례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검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이날 새벽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등 혐의로 구속된 검찰 출신 박모(50) 변호사는 이 기자 측의 진정 내용이 알려진 이후 대검에 본인 사건에 대한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이 보도된 후에는 일선 검찰청에 같은 취지의 요구가 대폭 늘어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