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옆 숲속 서식 백로·왜가리떼 장관 렌즈에 담으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전국 사진 동호인이 몰린다는데?
19일 오후 경북 경주시 석장동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내 본관 옆 숲에 사진 동호인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의 망원렌즈가 초점을 맞춘 곳은 백로 둥지.
많은 둥지 가운데 둥지 뒤편에 다른 나무나 둥지 등이 없어 비교적 깨끗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한 둥지가 동호인들 관심 대상이 됐다.

많은 동호인은 백로 부부와 새끼가 함께 있는 모습을 찍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 장면을 찍기는 쉽지 않다.

한 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고 돌아오면 몇 초 만에 다른 한 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러 가기 때문이다.

한 번 나간 백로가 돌아오는 데는 네댓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 기회를 놓치면 꼼짝없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새 사진 촬영에 인내심과 순발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이 동국대 경주캠퍼스를 찾는 이유는 백로 사진 촬영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전국 사진 동호인이 몰린다는데?
이 캠퍼스 본관과 정각원 주변 야산에는 백로와 왜가리 약 500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낮에 먹이 활동을 하러 갔던 많은 개체가 다시 모여드는 저녁이면 참나무와 소나무가 섞인 숲이 하얗게 물든다.

3월께 찾아온 백로와 왜가리는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뒤 현재 한참 새끼를 키우고 있다.

대부분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날아간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백로와 왜가리가 서식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백로와 왜가리는 대학병원 인근 야산에 머물다가 병원이 증축되자 대학 동남쪽 야산으로 이동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차츰 캠퍼스 정각원 뒤편 야산으로 모여들었다.

백로와 왜가리가 둥지를 틀면 배설물 때문에 나무가 죽는 경우가 많아 새들은 매년 조금씩 서식지를 옮긴다.

이 캠퍼스는 주변에 형산강과 농경지가 있어 먹이를 구하기 쉽고 조용한 편이다.

특히 정각원과 본관 주변 야산은 인적이 드물어 백로가 안심하고 새끼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이렇게 백로와 왜가리가 모이면서 이들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많은 사진 동호인이 이 캠퍼스에 모여들곤 한다.

백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둥지가 모여 있는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동하다가 배설물을 맞을 수도 있다.

악취도 견뎌야 한다.

그러나 숲속에 들어가 산을 조금 오르면 둥지를 튼 백로와 왜가리를 눈높이에서 볼 수 있고 사진기에 담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하트 모양을 한 백로 부부 모습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은 이런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내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어 백로가 매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전국 사진 동호인이 몰린다는데?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전국 사진 동호인이 몰린다는데?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전국 사진 동호인이 몰린다는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