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여만에 호흡·의식 없는 상태로 발견…"현장 일산화탄소 농도 위험 수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17일 하수관 배수 공사를 하던 작업자 2명이 맨홀에 추락했다가 3시간여만에 구조됐으나 모두 숨졌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 따르면 작업자 A(62)씨와 B(49)씨는 이날 오전 11시 48분께 맨홀에 빠져 실종됐다가 각각 오후 3시 7분, 3시 14분께 모두 심정지 및 호흡 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은 강남구청과 계약을 맺은 한 건설업체에 고용돼 작업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총 6명이 하수관 빗물받이 신설 및 개량공사를 하고 있었다.

A씨가 먼저 하수관 중 오수관과 이어진 맨홀에 들어갔다가 실종되자 굴착기 기사인 B씨가 A씨를 구조하러 따라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 오수관을 우수관으로 착각해 들어간 것으로 추정
사고가 일어나자 동료 작업자가 두 사람이 맨홀로 추락했다고 119에 신고했다.

두 사람이 2인 1조로 작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취재진에 "해당 공사가 소규모인 까닭에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거나 안전관리 교육이 시행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 A씨가 오수관을 우수관(빗물이 흐르는 관)으로 착각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수관은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맨홀 뚜껑에 구멍이 없고, 우수관은 구멍이 있어 모양부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숨진 작업자들을 두고 '멍청하다'는 표현을 해 현장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작업자들이 일한 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멍청하게 그 오수관을 열어가지고…"라고 말했다.

작업자들이 빠진 맨홀에 이어진 하수도에는 약 5m 깊이로 오수가 차 있던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당국이 상당 부분 오수를 뺐지만 오물이 많이 쌓여 있어 신속한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이뤄진 1차 수색에서는 작업자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후 2시 30분께부터 진행된 2차 수색에서 맨홀 배수 작업을 마치면서 작업자 2명이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 현장 일산화탄소 농도 170ppm으로 매우 위험한 수준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구조대가 배수 작업 중 측정한 현장 일산화탄소 농도는 170ppm에 달했다"며 "50ppm 이상이면 생명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구조작업에 소방관 98명과 펌프차 등 장비 17대를 동원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구청도 현장에 총 212명을 파견해 구조작업을 벌이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전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한 뒤 과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입건할 방침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강남구는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사 현장에서 최대한 산업재해와 인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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