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입시에 불리해진 고3 학생들을 위해 대입전형 변경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수시전형 모집을 불과 3개월 앞두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적시하지 않아 오히려 ‘깜깜이 입시’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3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대입 준비가 더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고3 구제책…"깜깜이 입시"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중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입전형 변경안을 발표한 대학은 9개로 조사됐다. 지난 9일 연세대가 처음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관련한 변경안을 발표한 뒤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놨다.

대학마다 세부 변경안은 다르지만, 봉사활동·수상내역 등 비교과활동에 대한 평가를 축소한다는 내용은 공통적이다. 연세대는 학종에서 고교 3학년의 봉사활동과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는 논술 전형에서 응시자 전원에게 봉사·출결 점수를 만점 처리해 사실상 미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앙대도 학생부교과·논술·실기전형 지원자 전원에게 봉사활동 점수 만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반면 서울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고3만 지원 가능한 지역균형 선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기존 4개 영역(국어·수학·영어·탐구) 중 3개 이상 2등급 이내였지만, 올해는 3개 이상 3등급 이내로 바뀌었다.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입 변경안에 대해 “재학생들에게 별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대입전형 변경을 주도했던 교육부의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들이 대개 수시전형에서 비교과영역 반영을 줄이고 있지만, 수시는 원래 재학생들끼리 경쟁이 더 치열한 편”이라며 “대입전형 변화가 재학생-재수생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입 변경안의 핵심인 비교과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방안이 없어 ‘깜깜이 입시’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연세대를 제외한 학교들이 비교과영역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평가한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며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학생들은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일부 변경안은 의미가 없는 ‘요식행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 소장은 “경희대, 서강대가 논술전형에서 봉사·출결 평가를 없앴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봉사시간, 출결 최저기준을 충족하므로 이 평가는 처음부터 큰 의미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