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최지성과 오랜 친구" 수사심의위 회피…이재용 사건, 14명이 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수사심의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창수 전 대법관이 이번 사건 심리에서 빠지기로 했다. 양 전 대법관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고등학교 동창인 점 등을 감안해 스스로 회피 신청을 했다.

◆양창수 “최지성과 오랜 친구관계”

양창수 "최지성과 오랜 친구" 수사심의위 회피…이재용 사건, 14명이 심리

양 전 대법관은 16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오는 26일 개최되는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회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건의 피의자인 최지성과 오랜 친구관계”라며 “그가 이번 위원회 회부 신청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이번 위원회에 다뤄질 사건의 공동 피의자 중 한 사람인 이상, 이 같은 인적 관계는 회피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관과 최 전 부회장은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 미전실 전략팀장(사장)과 달리 최 전 부회장은 이번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진 않았다. 다만 이들 피의자 세명의 범죄혐의가 비슷한 만큼, 양 전 대법관은 본인이 수사심의위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양 전 대법관의 ‘적격성 논란’이 제기됐다. 최 전 부회장과의 관계뿐 아니라 양 전 대법관의 처남이 권오성 삼성서울병원장인 점도 논란이 됐다. 그가 대법관 재직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을 맡아 삼성 측에 무죄 판결을 내린 것과 지난달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부회장을 두둔하는 내용의 글을 쓴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결국 양 전 대법관이 이 부회장 측에 편향돼 이번 심의위를 진행할 것이란 우려다.

다만 양 전 대법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 같은 논란에 대해선 “회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양 전 대법관은 “2009년의 이른바 에버랜드 전원합의체 형사사건에 관여한 것, 올해 5월 22일 모 일간지에 게재된 글, 처남의 현재 소속 및 직위 등은 이번 위원회에서 다룰 사건의 내용과 객관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관은 지난 1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회피 여부를 검토해 왔다고 전했다. 다만 수사심의위에 회부된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서 최 전 부회장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어 결정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양 전 대법관은 “대검 운영지침에 따라 26일 위원회에 참석해 회피 의사를 위원들에게 밝히고, 위원장 대리의 선임 등 향후의 진행에 관해 관련 절차를 설명한 다음 위원회 자리를 벗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사건 심리 위원 한명 줄어들어

양 전 대법관이 이날 회피 의사를 밝히면서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할 위원 수는 한명 줄어들게 됐다.

대검 예규인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 150~250명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위원 풀(pool)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해당 안건을 심리할 현안위원회 위원 15명을 선정한다. 현안위 위원장은 수사심의위 위원장이 맡는다.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할 뿐 질문이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위원 가운데 호선을 통해 직무대행을 선정한다. 직무대행자 역시 질문이나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

즉 원래 위원장 1명과 위원 15명으로 구성되는 현안위가 위원장 직무대행 1명, 위원 14명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다만 미리 선정된 위원들이 당일 현장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할 위원 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관련 규정에선 위원 10명 이상이 참석하면 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들은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서와 구두진술을 검토한 후 이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표결을 통해 다수결로 의견을 낸다. 수사심의위의 최종 의견은 ‘권고적 효력’을 띨 뿐이지만,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이들의 의견을 모두 따라 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