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굿윌스토어에서 봉사자 교육 맡은 한정수 자원봉사실장
"돈 버는 일은 충분히 했죠…봉사하는 지금이 인생 황금기"
을지로에서 22년간 운영하던 건축자재 대리점 대표를 그만둘 때 평소 쓰던 노트북PC 한 대만 들고나왔다.

대리점은 자녀가 아닌 직원들에게 모두 물려줬다.

그리고 시작한 봉사가 벌써 11년째다.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재활 교육시설 '굿윌스토어' 서울 송파점에서 만난 한정수(77) 자원봉사실장은 "내 인생의 황금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봉사를 하는 지금"이라고 15일 말했다.

굿윌스토어는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기증받은 물품의 판매 수익으로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업체다.

송파점에서는 장애인 직원 50여명이 근무하고, 하루 평균 10명씩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은 직원들이 판매할 기증품을 분류하는 등 지원 업무를 한다.

한 실장은 주중 매일 오전 9시 굿윌스토어에 나와 오후 4시까지 봉사자들을 교육하고 일손이 필요한 곳곳에 배치하는 봉사를 한다.

봉사자들이 장애인과 원활히 소통하며 뿌듯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윤활유' 역할에 하루가 짧다.

굿윌스토어를 처음 방문한 봉사자들은 봉사를 시작하기 전 약 1시간 동안 '장애인 동료와 일하는 법'에 대해 한 실장의 강의를 듣는다.

장애인 직원이 다양한 상황에서 자극을 받으면 돌발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하도록 당부하는 내용이다.

지난 10여년간 한 실장의 수업을 거쳐 간 자원봉사자는 5천500명이 넘는다.

한 실장은 "가끔 휴가 중이거나 다른 일이 있을 때 외에는 내가 교육을 맡는다"면서 "2011년 송파점 개관 때부터 쭉 해 온 일이라 내가 제일 잘한다"며 웃었다.

한 실장은 "60대에 접어든 어느 날 '이렇게 살다가 훌쩍 세상을 떠나면 인생이 너무 허무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고 봉사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돈 버는 일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더 보람찬 일을 하다 마무리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돈 버는 일은 충분히 했죠…봉사하는 지금이 인생 황금기"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가게에서 2년간 봉사를 했다.

그러던 중 교회에서 진행하는 은퇴자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굿윌스토어 설립을 준비하던 목사 등을 만난 일을 계기로 첫 지점인 송파점의 창립 멤버가 됐다.

직원들에게 사업체를 물려준 데 대해서는 "은퇴 때 모은 재산이 서울 아파트 한 채 정도였는데, 그거 하나면 먹고사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내는 물론 개척교회 목사인 큰아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작은아들 모두 뜻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봉사를 통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걸 얻는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봉사자를 만나 사귀다 보니 은퇴한 여느 친구들보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봉사활동도 위축된 상황이 못내 안타깝다.

감염 우려로 지난 3월 초부터는 기존에 꾸준히 봉사해 오던 일부 봉사자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어서 코로나19 사태가 누그러져 다시 많은 분이 봉사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봉사는 한마디로 '엄청난 선물'입니다.

남을 섬기는 자세로 일할 때 힘들고 어려운 것보다도 진정한 기쁨이 찾아옵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봉사의 행복을 누려 보시길 바랍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