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서는 일부 학생들 과제물 '서로 베끼기' 정황
대학별 대책 논의…'선택적 패스제'도 대안 부상
서울대도 온라인강의 부정행위…'공정평가' 몸살 앓는 대학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되는 대학 온라인 강의에서 부정행위 의심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대에서 과제물과 관련한 부정행위 사례가 나와 학생이 F 학점 처리됐다.

연세대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포착돼 진상 파악이 이뤄지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한 외국인 학생이 이번 학기 외국인 대상 한국어 강의의 온라인 시험과 과제 제출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생은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면서도 "온라인 강의 덕에 한국어 강좌 중간고사를 무사히 치렀다.

기말고사도 걱정 없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친구의 과제를 베껴 제출하는 모습이 다른 학생들에게 목격돼 해당 강의의 담당 강사에게 신고가 들어갔다.

서울대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학생에게 강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부정행위 정황이 사실과 가깝다고 판단해 해당 학생에게 F 학점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말고사를 이미 치렀거나 앞둔 대학가에서는 연일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성균관대와 서울시립대, 서강대, 건국대 등에서도 부정행위 문제가 불거졌다.

연세대 공과대학의 한 수업에서도 최근 일부 학생들이 평가 대상인 과제물을 서로 베껴서 낸 정황이 발견돼 담당 교수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연세대 공대 A 교수는 지난 12일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올린 공지에서 "과제물 말머리에 '수강생 간에 상의할 수 없다'고 명시했음에도 소수 학생이 이 점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업 시간에 공지한 대로 F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의심되는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부정행위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며 "문제를 파악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도 온라인강의 부정행위…'공정평가' 몸살 앓는 대학가
각 대학은 부정행위를 차단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일 기말고사를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한 중앙대는 학생들이 모여서 시험을 보거나 커닝하는 사례를 막고자 '온라인 시험 감독관'을 선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험 윤리 안내문'을 만들어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사전 공지할 방침이다.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는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방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문서도 돌고 있다.

객관식 선택지 번호가 학생마다 무작위로 나타나도록 하는 방안,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 손이 카메라에 비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공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대학에서 도입한 '선택적 패스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성적 공지 이후에 학생들이 A, B, C 등으로 평가된 본래 성적을 그대로 받을지, '패스'로만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홍익대와 서강대가 선택적 패스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선택적 패스제는 규정상 허용되는 특정 학교 외에는 일반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홍익대는 최근 규정이 바뀌어서 선택적 패스제가 가능할 텐데, 대다수 대학은 외국인 학생 등 특수한 경우에만 이런 방식의 학점 부여가 가능하다"며 "같은 강좌를 듣는 학생 간 평가 방식이 선택적으로 달라진다면 학사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