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피해자 돕는 송파소방서 소방관들…십시일반 모아 5년째 지원
"집에 난 불 끄고 나면 피해자 마음의 불도 끕니다"

"집에 난 불만 끄는 게 아니라, 사람 마음에 난 불도 꺼주고 싶어요.

힘은 들지만, 다시 깔끔해진 집을 보고 기뻐하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정말 행복합니다.

"
일선 화재 현장에서 소방 작업을 지휘하는 서울 송파소방서 지휘3팀 이강균(55) 소방위는 화재가 진압되고 나서도 다시 바빠진다.

혹시 피해자가 경제 사정이 어려워 화재보험을 들어 두지 못했거나, 고령이라 직접 수리에 나서기도 힘든 사정일지 살핀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 소방위는 지휘팀 동료들과 함께 이른 시일 내에 피해 현장을 다시 찾는다.

이들이 다 같이 시간을 내 봉사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주로 야간 근무를 마친 오전 9시다.

지휘팀 7명이 1만∼5만원씩 걷어 복구에 필요한 벽지, 합판 등 물품도 직접 마련한다.

이들은 천장과 벽의 화재 자국을 직접 닦고 집 구석구석 쌓인 소화기 분말도 깨끗하게 털어낸다.

낡은 두꺼비집에서 합선이 일어나 또 불이 나는 불상사가 없도록 새것으로 바꿔 달아 주기도 한다.

5년째 화재 피해 가정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이 소방위는 12일 "밤샘 근무를 한 직후라 무척 피곤하지만 봉사할 때만은 그런 건 다 잊히고 힘이 난다"고 했다.

"집에 난 불 끄고 나면 피해자 마음의 불도 끕니다"

피해 복구 봉사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도 이 소방위였다.

그는 "5년 전 지휘팀에 오니 화재 피해를 본 홀몸노인 등이 사실상 길에 나앉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눈에 여럿 들어왔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형편에 한 번의 사고로 너무 큰 고통을 겪는 분들을 최대한 돕고 싶었다"고 했다.

2016년 초 이 소방위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당시 팀원들은 모두 "좋은 일인데 함께 하자"며 흔쾌히 뜻을 모았다.

그해 9월 추석 직전 송파구 삼전동에서 화재 피해를 겪은 한 70대 노인의 집을 새것처럼 고쳐 준 일이 첫 봉사였다.

올해 5월 말까지 모두 10차례 지원을 나갔다.

2018년 말부터는 송파구 소상공인 봉사단체 '기부 천사'가 지휘팀과 뜻을 함께한다.

기부 천사 회원 150여명이 모은 기부금으로 피해 복구를 넘어 생활필수품 지원까지 가능해졌다.

"집에 난 불 끄고 나면 피해자 마음의 불도 끕니다"

이 소방위는 김순규(67) 기부 천사 회장이 회원들의 기금뿐 아니라 사비까지 들여 지휘팀을 지원해 온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그는 지난 2일 소방청과 베스티안 재단이 주관하는 '제3회 S.A.V.E. 영웅'으로 선정돼 받은 상금 200만원을 김 회장에게 건네며 '마음의 빚'을 갚았다고 한다.

이 소방위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화재 피해자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계획이다.

그는 "큰 화재 피해를 본 사람은 마치 삶에서 절벽을 만난 것과 같지 않나"라며 "바라는 것 없이 그저 한 사람이라도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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