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치안본부 때부터 근무…"먼저 인사하던 경찰청장, 기자들 참 좋아"
"분리수거도 못해!" 경찰청 호통 할머니 34년 만에 은퇴

"어떻게 그렇게 지저분한지 모르겠어. 마시다 남은 커피를 그대로 놔두질 않나. '종이'라고 써 붙여도 플라스틱을 집어넣지 않나.기자, 경찰 할 것 없이 똑같아."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자택 주변에서 만난 박복임(74) 할머니는 어느새 추억이 돼버린 지난날을 돌아보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할머니가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경찰청에서 미화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이 건물이 생긴 직후인 1986년 7월이다.

당시에는 경찰청의 전신인 내무부 치안본부였다.

"집에서 놀면 뭐 하나 싶어서 돈 벌려고 시작했어. 젊어서 예뻤지. 내 나이 딱 마흔일 때니까."

전북 전주에서 나고 자라 동네 남자와 결혼한 박 할머니는 아들만 셋 낳은 뒤 가족과 함께 상경했다.

서울에 오면 살림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남편과 함께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넉넉하진 않아도 나름대로 부족하지 않게 살아왔다.

할머니의 하루는 오전 4시에 시작됐다.

오전 4시 30분 녹번동에서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면 오전 5시께 미근동에 있는 경찰청에 도착했다.

바닥을 쓸고 닦고 쌓여 있는 쓰레기를 버리고 난 뒤 오전 9시에야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청소하고 오후 3시 30분 퇴근해 쑤시는 허리와 팔다리를 두드리며 다시 집안일을 시작하는 생활을 30년 넘게 이어왔다.
"분리수거도 못해!" 경찰청 호통 할머니 34년 만에 은퇴

한때는 경찰청장 집무실이 있는 9층에서 일했다.

이팔호, 강희락, 이철성 전 청장은 할머니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던 따뜻한 사람들로 기억에 남아있다.

몇 년 전부터는 경찰청 생활안전국, 대변인실, 기자실이 있는 2층을 청소했다.

경찰과 기자들에게 할머니는 친할머니처럼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적막한 사무실에서 "분리수거도 제대로 못 해!"라는 할머니의 호통에 흠칫 놀란 경험도 한두 번씩은 있다.

하지만 복도나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할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게 눈인사를 건넨다.

할머니는 지난달 뜻하지 않게 34년간 해온 경찰청 청소 일을 그만두게 됐다.

무릎이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양쪽을 모두 수술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계속 일하고 싶지만 이제는 쉴 때가 된 것 같다"며 "자식들한테 용돈 받으면서 이제 돈도 덜 쓰고 밥도 덜 먹어야지 어쩌겠냐"고 했다.

"당장 돈이 끊기니까 아쉬우면서도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니 속은 시원한데, 정든 기자랑 경찰들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서운하지. 2층 사람들이 참 좋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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