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절벽' 내몰린 코로나 세대
(1) 최악의 구직시장

정기 공채 없애고 수시채용
항공사 채용은 '셧다운'
月 107만원 주는 공공알바
400명 뽑는데 1.6만명 지원
< 텅 빈 대학 취업센터 >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문을 걸어 닫으면서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올해 취업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연세대 서울 신촌캠퍼스 취업지원센터가 텅 비어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텅 빈 대학 취업센터 >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문을 걸어 닫으면서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올해 취업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연세대 서울 신촌캠퍼스 취업지원센터가 텅 비어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대학 휴학생 김모씨는 지난달 서울시 대학생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하루 5시간씩 4주간 일하고 107만원을 받는 자리다. 하지만 추첨에서 탈락했다. 400명을 뽑는 이 알바에는 무려 1만6293명이 지원해 40.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18년(14.2 대 1) 2019년(32.2 대 1)보다 경쟁률이 훨씬 높았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실상 취업문이 닫히자 공공알바 일자리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며 “친구들도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청년 구직시장은 ‘최악’이 됐다. 기업들은 채용문을 닫았고, 해외 취업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졸공채를 한 10대 그룹은 삼성 SK 롯데 포스코 등 네 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아홉 곳)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진 기업들이 대규모 공채보다는 필요 인력을 그때그때 뽑는 소규모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LG KT 등 대기업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은행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의 채용은 중단됐다.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가 항공업계에서 유일하게 90~100명의 신입 승무원 채용공고를 내자 휴직 중인 다른 항공사 승무원까지 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취업길도 막혔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지난 5월 말 기준 2229명이다. 취업 내정자 일부는 일본 등의 취업비자 발급 중단으로 취업이 취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해외 취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해지자 취업준비생들은 자격증시험과 공공알바로 몰리고 있다. 지난 4일 신청을 마감한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는 1만2244명으로 로스쿨 설립 이후 최대였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씨는 “그러잖아도 좁았던 취업문이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막혀버렸다”며 “요즘은 인생의 앞날이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은 “청년실업은 결혼·출산·내집 마련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가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졸공채 경쟁률 500 대 1 훌쩍…"평생 취준생으로 살까 두렵다"
채용시장 '셧다운'…10대그룹 중 4곳만 공채


“올 상반기 취업률은 아마 사상 최악이 될 겁니다. 대학 취업센터들은 2년 후 발표될 ‘2020년 취업률’에 벌써부터 떨고 있습니다.”

서울 신촌에 있는 한 대학 취업팀장은 “기업들의 잇단 수시채용 전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 명문대 졸업장도 별 의미가 없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이 상담하러 와서 ‘청년백수로 졸업하는 것이 코로나19보다 더 두렵다’고 말한다”며 “눈물까지 흘리는 학생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게 일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민간기업 채용 규모 크게 줄어

오는 8월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를 졸업할 예정인 김모씨(26)는 “동기 중에도 상반기에 취업한 사람이 없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1~2년은 더 취업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올해 민간기업들의 취업문은 큰 폭으로 좁아졌다. 올 상반기 국내 10대 그룹 중 대졸 공채를 한 기업은 삼성, SK, 롯데, 포스코 등 네 곳뿐이다. 지난해 상반기엔 LG, KT, 한화그룹 일부 계열사도 공채를 했지만 올해는 채용공고를 올리지 않았다. KT그룹은 매년 두 차례 해오던 정기 공채를 폐지했다. 올해 LG도 대졸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과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채용에 나선 대기업도 채용 규모가 줄었다. SK그룹은 지난해 9개 계열사보다 세 곳 줄어든 6개 계열사만 대졸공채에 참여했다. 포스코그룹도 올 상반기에는 4개사만 신입공채를 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이모씨는 “작년 상반기에는 서류를 20곳 정도에 제출했는데 올해는 그 절반인 10곳밖에 내지 못했다”며 “공대생이 많이 가는 대기업은 아예 채용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까지 수시채용 대열에 합류하면서 특히 인문·사회계 출신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졌다. 시장에서 그나마 IT인재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자 ‘삼성 청년SW아카데미(SSAFY)’ ‘KT 4차 산업 아카데미’ 등 IT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인문계 대졸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하지만 ‘KT 4차 산업 아카데미’는 올해 코로나19로 수강생을 모집하지 못했다.

수시채용 바람이 불면서 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 경력직을 찾고 있는 것도 취업준비생에게 큰 벽이 되고 있다.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2020년 1~3월 자사 사이트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채용공고가 전년보다 10.2% 줄었다. 이 중 경력사원 채용공고는 7.2% 감소한 데 비해 신입사원 채용 공고는 17.3% 줄었다. 이제 취업시장에서 신입 채용경쟁률 ‘100 대 1’은 흔한 현상이 됐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채용 규모는 줄고 지원자 중엔 ‘중고신입’, 인턴 경험자 등까지 몰려 신입채용 경쟁률이 500 대 1을 훌쩍 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채용 확정 후 취소하는 기업도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기업은 채용과정 중 채용을 중단하거나 채용 확정 후 이를 취소하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판교에 있는 A기업은 서류전형을 끝내고 면접을 앞둔 상황에서 채용 취소 공고를 냈다. 유명 사립대 미디어학부를 졸업한 김보성 씨(26)는 “인턴 경험부터 쌓아보자는 마음으로 지난 2월 외국계 광고리서치 회사 인턴에 지원해 합격했다”며 “4월 1일부터 출근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회사 측이 출근 날짜를 무기한 연기했고 한 달 뒤 결국 합격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취준생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도 채용 취소와 관련된 글이 많았다. 30대 초반 여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네이버 카페 ‘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에 “코로나19로 입사가 취소됐고 직종을 바꾸려니 취업이 쉽지 않다”고 썼다. 다른 네티즌도 “원하던 기업에 최종 합격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입사가 무기한 연기됐다”며 “포기하고 다른 곳을 준비하게 차라리 빨리 연락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작년 하반기에 50곳 정도에 서류를 넣어서 3곳 빼고 다 붙었는데 올해는 30곳에 넣어 3곳 붙었다. (취업이) 어려운 게 맞다”는 글이 인기글로 올라와 있다.
바늘구멍도 막혔다…청년실업 '팬데믹'

공태윤/박종관/양길성/최다은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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