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이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해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영훈국제중 학생들이 10일 하교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이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해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영훈국제중 학생들이 10일 하교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영훈국제중·대원국제중이 국제중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 두 학교는 교육부 동의를 거쳐 내년 일반 중학교로 전환한다. 서울에서 2009년부터 운영되던 국제중이 12년 만에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 자율형사립고들이 대거 일반고로 전환한 데 이어 국제중마저 없어지게 되자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 교육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반발했다. 해당 학교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교육청 “학교 서열화 사교육 유발”

10일 서울교육청은 5년마다 시행하는 국제중 재지정 평가 결과 영훈중과 대원중이 기준점수(70점)를 충족하지 못해 국제중 재지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두 학교가 학사 관련 법령 및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고, 국제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과 교육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저조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제중 지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평가 점수는 개별 학교에만 통지하고,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두 학교는 추후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청 평가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청문에서 특이사항이 없을 경우 교육부의 지정 취소 동의를 얻으면 최종적으로 국제중 지정이 취소된다. 이 경우 두 학교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중으로 전환된다. 다만 자사고 전환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중1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국제중 학생 지위는 유지된다.

서울교육청은 두 국제중이 연 1000만원이 넘는 학비에 비해 실제 교육 활동에 쓰이는 ‘1인당 기본적 교육 활동비’가 6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과 교육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부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중은 2008년 도입 당시 사회 통합 차원에서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선발했고, 2013년부터 가정소득규정(월 558만원 이하) 등을 추가한 ‘사회통합전형’을 적용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수학·과학 시험에서 영어 지문을 내는 등 사회통합전형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 “법적 대응도 불사”

일각에선 평가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사고·외고·국제중 폐지’를 공약으로 추진해온 점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재지정 평가는 국제중 폐지 정책과 별개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며 “국제중의 존재가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제로 인식돼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서울교육청의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월 국제중 재지정 평가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재지정 기준점수는 2015년 60점에서 올해 70점으로 상향했다. 감사 결과에 따른 감점은 5점에서 10점으로 높이고, 학생·학부모·교직원 만족도 점수는 15점에서 9점으로 낮췄다.

대원국제중은 교육부가 동의 결정을 내리면 법원에 특성화중학교 지정취소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영훈국제중도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성기윤 영훈국제중 교감은 “이번 평가 대상이 2015~2019년 운영 성과인데 서울교육청은 세부평가항목을 작년 12월 알려줬다”며 “1인당 기본적 교육 활동비는 예산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인건비·목적사업비를 제외해야 하기 때문에 기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모씨는 “아이가 국제중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취소 결정이 나면서 크게 실망했다”며 “이제는 해외 유학을 알아봐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