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아동의 ‘출생이 등록될 권리’를 처음 인정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이는 출생과 동시에 '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취지다. 혼인에 필요한 법적 서류 등을 구비할 수 없는 혼외 출생아라도 신고가 돼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중국인 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A씨가 낸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 부부는 2018년 9월 아이가 태어난 후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A씨 부인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는 등의 이유로 법적 서류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가족관계 등록법 제 46조에 따르면 혼외자의 경우 생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법 제 57조에 따르면 '모(母)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생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이에 A씨는 친생자 법원에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확인 신청을 냈다.

1,2심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부인이 외국인이지만 출생증명서에 부인의 성명, 출생연원일, 국적 등이 기재돼있어 '엄마의 성명 등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엄마의 성명 등을 알 수 없는 경우는 소재불명일 경우뿐만 아니라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등으로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