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30분간 영장실질심사…검찰과 치열한 법리공방

"수사심의위 신청 이틀 만에 영장 청구…부당한 처사"
檢, 1년7개월 수사 검사 총출동 "증거인멸 우려"
< 법정 들어가는 이재용 부회장 > 검찰로부터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법정 들어가는 이재용 부회장 > 검찰로부터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검찰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8일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쳤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작된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무려 8시간30분 만인 오후 7시께 끝났다. 검찰은 20만 장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제시하며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받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이날 밤 늦게까지 나오지 않았다.

檢 “사안 중대성 고려 구속해야”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구속영장실질심사에는 1년7개월 동안 삼성 수사를 지휘해온 이복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 부장(사법연수원 32기)과 최재훈 부부장(35기),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33기) 등 수사팀 검사 8명이 총출동했다. 검찰 측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이 부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이 2010년대 초반부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고,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가 동원된 계열사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이득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이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범죄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불구속 시 증거 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도 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2017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당시 합병 비율을 ‘1 대 0.35’로 맞추기 위해 삼성 측이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또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저질렀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이 부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문제를 보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 문건 등도 물증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 부회장 혐의 전면 부인”

삼성 측은 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포함해 10명에 가까운 변호인단을 내세워 변론에 나섰다.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17기), 고승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32기) 등이 이날 법정에 나왔다.

삼성은 검찰이 제시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검찰 수사가 1년 반 넘게 이어져온 만큼 검찰이 증거를 충분히 모아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도주 우려가 없고, 주거지가 일정해 구속할 이유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삼바의 분식회계 및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시세조종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삼성 측은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은 금융당국 및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사안”이라며 “시세조종 혐의도 절차상 위법의 소지가 없으며 이 부회장이 이와 관련해 보고·지시받았다는 것은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이틀 만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채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 들어섰다. 이 부회장은 “불법 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8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1997년 영장심사제도가 생긴 이래 가장 긴 심문 기록을 남긴 박근혜 전 대통령(8시간42분)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심사 후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와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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