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이한열 문화제' 온라인전시회…학생들 직접 낸 출품작 31점 선보여
"어느덧 33년" 온라인서 '선배 이한열' 기리는 연세대 후배들
"봄이여 오라, 봄이여 오라……. / 그에겐 아직 봄이 없었기에 / 늘 시작은 여름, 여름이었소. (중략) 봄을 좇던 여름 꽃 - 한열은 / 늦은 봄을 깨워내고 멀리멀리 떠났소."(이한열 문화제 온라인 전시회 출품작 '한열' 중)
1987년 6월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 도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를 맞아 그의 후배인 연세대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이색 행사를 마련했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이 열사 피격 당일인 오는 9일까지 진행하는 '이한열 문화제' 온라인 전시회다.

전시된 출품작은 총 31점이다.

학생들이 직접 쓰거나 그려 출품한 그림·시·에세이는 물론 아카펠라·랩·피아노 음원 등 음악작품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계획 당시에는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을 생각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커지면서 온라인 전시만 열게 됐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지만 세월을 뛰어넘어 공감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출품작 '다시, 6월'은 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를 화자로 내세워 시대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보여준다.

"한이는 파랑새이기 전에 나의 새였고 / 난 열사의 어머니이기 전에 한이의 어머니였다.

/ 모질고 독한 시대를 넘어 / 꽃은 피었는가 / 어느덧, 33년. / 다시, 6월"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7일 "이한열 열사는 학교 창립 135주년 기념 '내가 사랑하는 연세인' 공모에서 1위를 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라며 "추모기간을 맞아 연세인 모두가 열사님과 그 시대를 되새기고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시회에 랩 음원 '자랑스러운 연세대학교 선배님 고 이한열 열사에게 바치는 노래'를 출품한 연세대 수학과 1학년 서제후(20)씨는 "이한열 열사의 업적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고,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건 그때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모든 학생 덕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 같은 해 7월 5일 숨졌다.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어느덧 33년" 온라인서 '선배 이한열' 기리는 연세대 후배들
이 열사 추모식은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 주관으로 1987년 이후 매년 최루탄 피격일인 6월 9일 오후에 열려왔다.

지난해부터는 연세대 공식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올해 열리는 33주기 추모식은 9일 오후 3시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열린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전에 초대받은 30명 정도만 참석하며 '추모의 밤' 등 예년에 있었던 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