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감사보고서에서 "총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교비로 개인 소송비용 지출"
총장 측 "명의만 총장일 뿐 개인소송 아냐…교비 지출도 당시 이사회 승인"
'3년 소송전' 서강대 총장-학교법인 갈등 격화 조짐

서강대 총장이 2017년 학교법인 상임이사 등 일부 학교 관계자들의 비위 혐의를 문제 삼으며 시작한 형사소송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교법인이 소송비용 지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들고나오자 총장 측과 법인 간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다.

7일 서강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법인은 앞서 지난달 말 2019년도 서강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박종구 총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소송비용 등으로 교비와 산학협력단 회계에서 1억7천600만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법인은 "학교법인에 지출을 요청하지 않고 교비에서 소송비를 지급하기로 법무법인과 약정했고, 이를 위해 서강사랑기금(발전기금)을 불법적으로 전용했다는 이사회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2017년 당시 서강대 법인 상임이사이자 산학협력단 산하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A신부와 본부장 B씨, 전직 산학협력단장 4명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서울서부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이 학교 기술지주회사가 세운 자회사의 지분과 특허를 다른 기업에 헐값에 매각해 학교에 손실을 끼쳤다는 취지였다.

박 총장은 2017년 6월 '서강대학교 총장 박종구' 명의로 모 법무법인과 보수 1억원에 소송 위임계약을 하고 7월 계약금 3천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했다.

9월에는 매각된 특허의 가치를 판단하고자 컨설팅업체에 의뢰한 용역비 3천300만원을 교비로 지출했다.

이어 2019년 9월에는 소송비 잔금 7천만원과 A신부 등에 대한 고발사건 항고비 3천만원, 부가세 1천300만원 등 1억1천300만원을 산학협력단 회계에서 지출했다.

이사회는 이렇게 지출된 학교 돈 1억7천600만원이 박 총장의 개인 소송에 쓰인 금액이라고 감사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박 총장 측은 이사회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한다.

사안 성격상 소송 명의자를 총장으로 할 수밖에 없었을 뿐 총장 개인 목적을 위한 소송이 아니었고, 발전기금을 소송비로 사용하는 등 교비 지출에도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교본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의 비위행위로 산학협력단이 피해를 본 사건을 바로잡고자 총장 명의로 소송을 내면서 교비를 지출했는데 이사회는 마치 개인 소송에 교비를 전용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말했다.

학교법인이나 산학협력단이 아니라 총장 명의로 진정·고발한 이유도 고발 대상이 당시 법인 상임이사였던 A신부와 역대 산학협력단장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총장 측 설명이다.

소송비용 교비 지출도 당시 이사회 승인을 받은 사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학교본부 관계자는 "현 법인 상임이사가 2017년 발전기금 기부자를 찾아가 '2017년 2월 납부한 서강사랑기금 1억원은 학교 발전을 위해 일임한 기금으로, 특별감사 비용과 그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받아 총장에게 제출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2017년 말 이사회에서 참석이사 전원이 예산 지출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회계 처리에 문제 소지가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이후 소송은 모두 피해 당사자인 산학협력단 회계에서 지출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는 2017년 5월 감사보고서 내용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고발 안건을 보류했으나 총장 측은 개인 명의로 진정·고발을 감행했다"며 "2017년 제5차 이사회에서 총장 측이 발전기금 전용 안건으로 상정한 내용에는 사용 용도가 '용역비 등'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소송비용으로 쓰겠다는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3년 소송전' 서강대 총장-학교법인 갈등 격화 조짐

박 총장 측에서는 서강대 이사장 인사권이 있는 예수회 한국관구 관계자와 일부 서강대 이사들이 전직 이사회 상임이사이자 피고발인인 A신부를 보호하려고 소송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2017년 9월 박 총장으로부터 A신부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8년 8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진정을 각하했다.

산학협력단과 서강대 기술지주회사가 입은 손해를 인정할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에 박 총장 측은 서울서부지검에 정식 고발장을 냈다.

그러나 또다시 불기소 처분이 나오자 지난해 1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같은 해 2월 서울서부지검에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며 재기수사를 명령해 다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형사소송이 길어지는 사이 피고발인인 A신부는 2018년 10월 예수회 총원이 있는 이탈리아 로마로 발령받아 지금은 서강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총장은 이사회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지적에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지적사항으로 적시돼 있다"며 "관련 사항을 상세히 조사해 이달 23일 차기 이사회에서 보고 및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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