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용어 공개 등장…"북에 남은 가족들 신변위협" 관측도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촉발된 남북간 긴장 국면이 북한 내에서 탈북민 혐오를 키우는 양상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1면에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린 자들은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사진을 실어 북한 내부에 탈북자들을 규탄하는 군중집회가 열리고 있음을 알렸다.

사진 속 평양종합병원 건설 노동자 100여명은 불끈 쥔 주먹을 높이 휘두르고 있다.

'탈북자 쓰레기 죽탕쳐(짓이겨) 버려야'라는 대형 선전물도 보인다.

북한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김책공업종합대 교정에도 학생들이 모여 탈북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탈북자 쓰레기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격한 문구의 피켓도 사용됐다.

북한서 '탈북자 비난' 군중 집회 잇따라…혐오 커지나

눈길을 끄는 건 집회 전면에 등장한 '탈북자'라는 용어다.

사실 이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 아니다.

북한에서는 몰래 국경을 넘는 행위를 '비법(非法) 월경'이라 칭하고, 그렇게 남한으로 간 이들을 '월남 도주자'라고 낮춰 부른다.

탈북했다가 북한으로 되돌아간 김광호·고경희 씨가 2013년 1월 평양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보면 "고난의 행군 시기 돈에 눈이 어두워 여러 번 비법월경을 했다", "월남 도주자들을 임시 관리하는 (남한의) 하나원" 등 표현이 등장한다.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에 억류된 고현철 씨도 2016년 7월 평양 기자회견에서 "나는 월남 도주하기 전까지 신의주시 남하동에서 살았으며…" 라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이번 집회에 그동안의 월남 도주자 대신 남쪽에서 쓰는 '탈북자' 용어가 공개적으로 수차례 쓰인 것은 그만큼 최근 북한 사회에 탈북자 문제가 자주 거론됐고, 이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군중집회는 대부분 당국에 의해 동원되는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에 집단활동을 자제해왔다.

이런 가운데 집회가 열린 것 자체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대북전단 문제를 북한 당국이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서 '탈북자 비난' 군중 집회 잇따라…혐오 커지나

일각에서는 북한 사회에 탈북자 혐오가 이어지면 북한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고 사회적 활동 위축도 심해지는 등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직접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안전기관의 사명과 임무에 맞게 군사지휘체계를 개편할 데 대한 명령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방첩기관인 국가보위성과 치안을 담당한 사회안전성(옛 인민보안성)의 역할이 강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양대 치안 기구가 강화되면 주민들에 대한 통제 수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고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감시망도 촘촘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탈북자는 연합뉴스에 "그동안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가운데 북한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가족들을 위해 중국을 통해 송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덕분에 북한에 남은 가족들은 비교적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남은 가족들 신변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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