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초교 통학구역 놓고 줄다리기…교육당국 정책 변경에 혼선 가중
"내 아이가 가야 해" 춘천 신설초교 통학권 두고 아파트 간 갈등
강원 춘천시 신도심에 2021년 개교 예정인 퇴계초등학교(가칭)의 통학권을 두고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교생 630명 규모의 퇴계초는 내년 3월 신입생 맞이를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학교 양옆에는 올해 입주를 시작한 2천835세대 규모의 A아파트와 2007년에 지어진 703세대 규모의 B아파트가 인접해 있다.

개교가 다가오자 이 학교에 누가 갈 수 있는지를 두고 양쪽 아파트 주민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A아파트 주민들은 통학구역 배정에 자신들이 우선권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A아파트 학생을 1순위로, 미달일 경우 인근 학생을 추가로 받겠다는 방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춘천교육지원청 관계자 C씨는 해당 아파트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계초에 A아파트 학생을 먼저 입학시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신설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황정호 A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은 "우리 애들만 무조건 받아달라는 생떼가 아니라 교육당국이 주민들에게 했던 말을 지켜달라는 이야기"라며 "아파트가 대단지라는 이유로 통학구역이 갈라지게 된다면 일부 학생들은 가까운 학교를 두고 먼 곳으로 배치돼 큰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내 아이가 가야 해" 춘천 신설초교 통학권 두고 아파트 간 갈등
B아파트 주민들은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들이 배정받는 것이 옳다고 맞서고 있다.

학교는 교육 공공재인데 특정 주민이 선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아파트에 일정 비율을 배정하거나 무작위 추첨을 하는 등 주민들이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입장이다.

박문용 B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은 "학교 담장 50m 인근에 우리 아파트가 있는데 A아파트만 우선권을 갖는 건 부당하다"며 "교육지원청을 찾아 지속해서 문제점을 짚고 있다"고 밝혔다.

통학구역을 놓고 갈등이 깊어진 데는 교육당국의 섣부른 정책 변경이 한몫하고 있다.

춘천교육지원청 관계자 C씨는 "지난해에는 정확한 학생 현황이 나오지 않아 학교가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당시는 해당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됐기에 이같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A아파트 입주가 이어지자 학생 수가 학교 규모를 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춘천교육청은 내년 기준으로 A아파트에 800여 명, B아파트에 130여 명의 초등학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퇴계초 학생 규모 630명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내 아이가 가야 해" 춘천 신설초교 통학권 두고 아파트 간 갈등
양쪽 주장이 맞서자 교육당국은 통학구역 설정을 위해 학교 인근 지역의 학생 수요를 다시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오는 11월까지 통학구역이 정해지지 않으면 2021년 신입생들이 입학통지서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종우 춘천교육청 행정과장은 "10월 중 주변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을 포함해 학생 수를 모두 조사한 뒤 통학구역 조정을 마치겠다"며 "필요하면 증축까지 검토하겠지만 특정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