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수주 공시 2개월 지연 의심…자사주매입으로 주가방어 정황도
8일 구속심사 쟁점은 '시세조종 의도'와 '이재용 개입'
삼성 합병결의후 위기 때마다 호재…검찰 '시세조종' 판단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 조종'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결의를 전후해 호재성 정보들을 집중적으로 발표했고, 이는 위기 때마다 주가의 반등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특히 시세조종 행위가 주식매수청구권(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병 전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동시에 부양해 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합병 전에 미리 알려 주가에 선반영하고, 호재성 정보는 합병 이후 공개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으로 시세 조종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삼성 합병결의후 위기 때마다 호재…검찰 '시세조종' 판단

◇ 합병결의 후 집중된 '호재성 정보'…주가 부양
실제로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합병 전까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맴돌다가 이사회 합병 결의 이후 치솟았다.

합병 결의 직전인 2015년 5월 22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5만5천300원대에 형성됐다.

제일모직의 주가는 16만3천500원 선이었다.

이사회에서 합병 결의가 이뤄진 5월 26일 이후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반등을 시작한다.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 시기 연이어 공개된 호재성 정보도 주가 부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월 4일 삼성물산은 7천600억원 규모의 호주 교통 인프라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이후 줄곧 6만원대에 머물던 삼성물산 주가는 다음날 7만6천100원으로 급등했다.

6월 30일에는 제일모직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7만원 중반대에 머물던 제일모직 주가는 다음날 18만원 선 위로 올라갔다.

보다 본격적인 '주가 띄우기' 정황이 보이는 시점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다.

7월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은 최종 결의됐다.

이사회 의견대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는 합병 비율(1:0.35)이 적용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주총 합병 결의 직후부터 8월 6일까지로 결정됐다.

삼성 합병결의후 위기 때마다 호재…검찰 '시세조종' 판단

◇ '마지막 고비' 주식매수청구 기간 주가 방어 정황
주식매수청구권이란 경영상 중대한 사안이 주총에서 결의된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다.

주식매수 청구기간 주가가 정해진 매수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주주들이 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불만을 갖고 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많아진다면, 매수 의무가 있는 합병 법인의 자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할 경우에는 합병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있었다.

주식매수 청구 기간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마지막 고비'였던 셈이다.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5만7천234원으로 결정됐다.

합병 전부터 시장에서는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도 거셌다.

삼성물산으로서는 매수청구 기간 주가를 5만7천234원 이상으로 유지해 주주들의 청구권 행사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던 삼성물산은 합병 결의 직후 '하반기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인 7월 23일 제일모직은 자사 보통주 250만주를 4천400억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때문에 제일모직이 자사주의 대량 매입을 통해 합병 예정인 양사의 주가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연이은 호재성 정보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매도가 잇따르며 주가는 천천히 하락했다.

상당량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했던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이 기간 청구권을 행사해 주식을 팔아치웠다.

7월 28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합병 결의 후 처음으로 주식매수청구가격 아래로 내려갔다.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매수청구가 더욱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않아 바뀌었다.

삼성이 당일 오후 2조원의 규모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공개하자 주가가 반등했다.

공시는 이날 이뤄졌지만, 수주 계약은 약 두 달 전인 5월에 체결된 것이었다.

공시 다음 날 주가는 다시 주식매수청구가격 위로 올라갔다.

이후에도 주가는 매수청구 기간이 만료되는 8월 6일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고, 실제로 들어온 주식매수청구는 합병에 지장을 줄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의 마지막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다.

5만7천원 전후를 오가던 삼성물산 주가는 주식매수청구 기간이 끝난 후 2주만에 4만원 중반대까지 하락했다.

17만원 정도에 형성됐던 제일모직 주가는 13만원 초반까지 내려갔다.

삼성 합병결의후 위기 때마다 호재…검찰 '시세조종' 판단

◇ 구속심사 쟁점은 '주가조종 의도' '이재용 개입' 입증
호재성 정보의 공시가 합병 결의 후 집중된 것과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것 자체는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런 행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획적·의도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시세조종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이 이러한 의사결정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면 그 역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심사의 쟁점은 이 같은 '주가 조종 의도'와 '이 부회장의 관여'에 대한 혐의 입증이 얼마나 이뤄지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옛 미래전략실에서 생산한 문건이나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있었던 인물들의 진술 등을 제시하며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 측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이 이 부회장의 개입 여부나 시세 조종 의도를 증명하는데 불충분하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은 물론, 이후 기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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