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카우스키 의원, 매티스 성명 지지하며 "용기 내서 말할 때인 듯"
WP "공화당, 존경받는 해병과 대통령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
"트럼프를 뽑아야 할지…" 마침내 공화당서도 터져 나온 반발
통합은커녕 분열을 조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마침내 여당에서도 "11월 대선에서 그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토로가 터져 나왔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리사 머카우스키(공화·알래스카) 상원의원은 이날 의회 앞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고심하고 있다.

(그 문제로) 오랫동안 고심해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티스 장군의 말은 사실이며 정직했고 필요했다.

그리고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지금 우리는 마음에 품고 있던 우려에 대해 좀 더 정직해지고, 용기를 내서 신념을 말할 때에 다다른 것 같다"고 밝혔다.

머카우스키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의 성명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이다.

매티스 전 장관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의도적으로 미국민을 분열시키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첫 알래스카 토박이 출신 상원의원이자, 공화당 다선 의원 중 한 명인 머카우스키는 현재 상원 에너지자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머카우스키가 이날 작심 발언을 하면서 '지난 몇 년간 끙끙 끌어안고 있던 고민을 마침내 털어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02년 상원에 입성한 머카우스키는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그간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TV 출연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그의 반란은 지금까지 나온 공화당의 반란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전역을 뒤덮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반(反) 트럼프' 목소리를 규합하는 가운데 비록 소수의 의견이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나온 것이다.

"트럼프를 뽑아야 할지…" 마침내 공화당서도 터져 나온 반발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매티스 전 장관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며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었다.

그러나 2018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방침에 반발해 "동맹을 존중하라"는 쓴소리를 남기며 사임했다.

그런 매티스가 2년여만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낳고 있다.

매티스는 650자짜리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머카우스키가 먼저 포문을 열자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부딪혀온 공화당 중진인 밋 롬니 상원의원도 한마디 했다.

롬니는 매티스의 성명이 "충격적이었고 강력했다"면서 "나는 그를 존경한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참호에 들어가야 한다면 그것은 매티스 장군일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그러나 머카우스키와 롬니가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이며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매티스의 입장에 동조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롬니 의원 역시 매티스의 성명에 대해 전적인 동의를 표하지는 않았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꼬집었다.

종종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공화당 수전 콜린스 상원 의원도 "매티스를 대단히 존경한다"면서도 "아직 성명을 읽어보지 못했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WP는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파놓은 정치적 참호 속에 남아있으려 할 것이며 매티스와 트럼프 사이 분쟁에 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바로 이들이 과거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안정시킬 위인으로 매티스를 꼽았던 이들이다"고 전했다.

2017년 의회가 매티스를 국방장관에 앉히기 위해 법까지 바꿨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퇴역 장성은 전역한 지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었는데, 매티스는 당시 전역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상원 법사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매티스의 성명에 대해 "대통령이 비난받을 게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매티스는 다분히 불공정한, 진보 매체들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WP는 "바로 그 그레이엄이 2018년 매티스에 대해 '로널드 레이건과 교황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위인'이라며 '국방장관 매티스가 말할 때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고 극찬했었다"고 꼬집었다.

WP는 "트럼프에 대한 매티스의 질책으로 공화당이 존경받는 해병과 대통령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