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가 모이면 확산 우려 돼"일부 시·도 무더위 쉼터 폐쇄 결정
전문가 "폭염에 노출된 노인들 무조건적 격리, 단절 능사 아냐"


여름마다 더위 피신처로, 노인들의 사랑방 기능을 하는 '무더위 쉼터'가 올해는 대부분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잇달아 '쉼터 폐쇄' 결정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 이른 더위에 갈 곳을 잃은 노인들은 집에만 갇혀 지내야 하는 갑갑한 처지에 놓이게 됐고, 지자체도 이들 노인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로 닫힌 '무더위 쉼터'…오갈데없는 노인들 여름나기 비상
◇ 일부 지자체 무더위 쉼터 폐쇄 결정… 상황 악화시 다른 시군도 동참할 듯
광주시는 경로당·은행·복지시설 위주로 지정한 1천452곳의 '무더위 쉼터'를 올해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문을 닫아 걸어 잠근 경로당은 당분간 개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복지시설 등 다른 시설도 밀폐된 공간인 데다가 이용객이 몰릴 경우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코로나로 닫힌 '무더위 쉼터'…오갈데없는 노인들 여름나기 비상
전북 전주시도 당분간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울산시는 934곳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 계획인데,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쉼터 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경기도와 경남도 역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할 경우 무더위 쉼터를 임시 휴관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경로당 1천982곳을 포함, 총 2천444곳을 무더위 쉼터를 지정했지만, 운영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괴산군 장연면의 한 경로당에서 함께 생활하던 노인 8명이 코로나19에 무더기로 감염된 일이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갈 곳을 잃은 노인들이 푹푹 찌는 집에만 있다가 건강을 잃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무더위 쉼터 대안으로 떠오른 '집안의 폭염 대피소'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은 대구시는 무더위 쉼터 운영 대신 '집 안의 폭염대피소 사업'을 선택했다.

코로나로 닫힌 '무더위 쉼터'…오갈데없는 노인들 여름나기 비상
지난해 200여대에 그쳤던 취약계층 냉풍기 지원사업을 올여름에는 1만여대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홀몸노인,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의 냉방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데 따른 대책이다.

또 재난도우미 4천800여명을 투입, 취약계층을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의 주택에 냉풍기를 대폭 지원함으로써 다수가 모이는 경로당 등의 방문을 자제시키겠다는 의도다.

울산시는 폭염 취역지대인 농촌을 중심으로 한 드론 예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역시 비대면 방식인데, 논밭에서 일하다가 폭염에 쓰러지는 노인이 있는지를 폭넓게 살피자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도 폭염특보 발효 때 취약 노인 5만여명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직접 방문해 건강을 확인하는 비대면·대면 보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 무더위 쉼터 폐쇄 불만에 고민 깊어가는 지자체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방역과 폭염 대책을 놓고 고민하는 사이 요즘 지방 경로당 앞 나무그늘 밑으로 더위를 피해 노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코로나로 닫힌 '무더위 쉼터'…오갈데없는 노인들 여름나기 비상
집에서 에어컨을 틀자니 돈이 아깝고, 코로나 방역 수칙에 집에서만 갇혀 지내자니 답답해서 나온 분들이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경로당을 언제까지 닫아놓을 거냐고 역정을 내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자치단체가 경로당 환기·소독 등을 잘 해서 적절하게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무더위 쉼터로 거론하는 시내 주요 다리 밑 등에 대해서도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시 거주 한 노인은 "젊은이들은 다리 밑을 오가는게 쉽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넘어져 다리라도 부러지면 어떡할거냐"며 역정을 냈다.

무더위 쉼터 폐쇄나 비대면 안전 관리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 대책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충북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인 김영석 청주대 사회과학부 겸임교수는 "코로나19 예방도 중요하지만 폭염에 노출된 노인에게는 무조건적인 격리 또는 단절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집에만 갇혀 지내는 노인들이 폭염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보호물품을 전달하고, 안전을 확인하는 도우미 활동을 잘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규석, 장덕종, 황봉규, 허광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