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언론노조 등 헌법소원…"작년 수사기관 제공 자료 600만건"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넘기는데 가입자는 이유 몰라"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동의 없이 검찰·경찰·국정원 등에 개인정보를 한해 수백만건 제공하는데도 이용자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등은 4일 "정보통신망법 제30조 2항 2호가 통신자료 제공 사유에 대한 정보 주체의 열람권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며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 소원을 냈다.

이 조항은 개인이 통신사 등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요구할 수 있게 하지만,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넘긴 사유까지 알 수 있는 근거는 못 된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6년 언론인 3명이 자신들의 정보를 경찰에 넘긴 통신 3사를 상대로 경찰의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통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현행법상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는 법원의 통제절차가 없다"며 "통신사들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도 요청만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왜 내 정보를 요청했는지, 제공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정당한 법 집행인지 확인하려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고 강조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지난해 수사기관에 제공된 통신자료는 600만건 이상이고, 2014년에는 1천200만여건을 넘기기도 했다"며 "사유를 감추니 이렇게 많은 자료가 모두 적법한 범죄 수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상임이사는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내면 수사기관 책임이 아니라고 하고, 통신사에 소송을 걸면 '수사기관이 요구하는데 안 줄 수가 있냐'고 한다"며 "이런 '핑퐁' 속에 10년이 흘렀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 청구인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우리가 범죄에 연루된 것도 아닌데 왜 무단으로 우리 모르게 정보를 제공하는가"라며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된 수사기관이 해당 기자의 통신정보를 요청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협회장은 "이렇게 통제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하면 익명의 공익제보가 존재하기 힘들어진다"며 "취재와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헌법소원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도 동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