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마지막 카드' 꺼낸 지 이틀만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재계 "예상못한 맞대응…리더십 공백 현실화시 경영차질" 우려


검찰이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문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삼성은 참담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2일 검찰 기소를 피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로 맞대응하면서 당혹스러운 기미도 감지된다.

전날 삼성이 이름도 생소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한 사실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재계는 물론 삼성 내부적으로도 이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줄은 예상치 못한 눈치다.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검찰수사위원회의 심의 대상은 아니지만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요청에 영장 청구도 포괄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언론에 관련 사실이 보도된 다음날 곧바로 영장 청구로 맞불을 놓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원망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 청구와 별개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는 예정대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 변호인단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했다"며 반발했다.

앞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의 미래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앞서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이 결정됐을 때도 총수의 경영공백에 따른 글로벌 투자 중단 등 경영 차질, 그룹 인사 지연 등 후유증이 상당했다.

만약 법정 구속이 된다면 리더십 부재에 따른 위기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단 삼성은 현재 "공식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검찰의 결정에 대해 글로벌 경영 위기 상황에서 "해도 너무 한다"며 참담해 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 일각에서는 "결국 진실(무혐의)이 가려지고 말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검찰의 기소를 피하는 데 집중해왔으나 자칫 구속되는 상황에까지 몰리면서 경영차질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며 초비상이 걸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연이은 검찰 소환 조사 속에서도 미중 무역분쟁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 잘못과의 단절하는 '뉴삼성'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이후 곧바로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지난달 중순엔 코로나19를 뚫고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평택에 약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다시 사법처리될 경우 삼성 입장에서는 글로벌 경영 행보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검찰은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가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유리한 합병비율을 끌어내기 위해 삼성바이로직스의 기업가치(18조∼19조원)를 부풀렸고, 이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측은 검찰이 의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지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4일,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주당 65만원으로 전날보다 2만4천원(3.83%)이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시가총액만 약 43조원에 달해 2015년 합병 당시 예상했던 기업가치의 2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지분 43.44% 보유)의 주주들이 합병 이후 피해를 봤다는 검찰의 주장도 잘못됐다는 게 삼성측 입장이다.
삼성, 검찰 역습에 '참담'…내부에선 "해도 너무한다" 반응도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이 지목한 여러 혐의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이 있었다는 것은 명확한 증거가 없어 범죄 성립이 안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도 회계학자나 금융감독원도 문제없다고 한 것을 시민단체의 무리한 고발과 검찰의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글로벌 국가들의 패권 다툼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코로나19 이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진 가운데 삼성의 경영 차질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삼성의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범국가적인 차원의 경기 회복 노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무리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라면서, 이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국민 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과도한 기업 옥죄기가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정치 재판이 3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치개입으로 경영권을 흔드는 사례"라며 "경영권 이슈를 바탕으로 한 기업 흔들기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국가·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