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소유' 거짓말로 10억여원 갈취한 공갈 범죄 조직원 13명 검거
5개월 수사로 말단부터 총책까지 검거한 경찰 "책임 수사 원년, 수사력 입증 노력"
조폭 잡았던 형사들, 공갈조직도 소탕해 '경찰 수사력' 입증
"이놈들도 우리가 모두 잡아봅시다.

"
2018년 광주에서 조직폭력배 조직간 다툼 사건을 일으킨 7개 파 35명을 일망타진한 주인공들이 다시 뭉쳤다.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 강력 2팀은 2018년 11월 24일 광주에서 세력다툼을 벌인 조폭 35명을 49일의 수사 끝에 모두 붙잡아 명성을 얻은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최근 '성관계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로 49명의 남성에게서 10억여원을 갈취한 공갈 조직의 말단 조직원부터 조직 총책까지 소탕하는 성과를 또다시 냈다.

조폭 잡은 경찰이 공갈 조직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거짓말로 수천만 원을 빼앗아 갔다는 진정서가 접수됐고, 사건이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로 이첩됐다.

비슷한 사건을 병합한 경찰은 범죄에 이용된 증거물을 분석해 비슷한 수법으로 협박당한 피해자 총 49명을 찾아냈다.

이들이 범인들에게 빼앗긴 돈은 모두 10억4천34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수사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범인들이 피해자들을 협박한 수단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의 회원 명단이었는데, 여기에 이름이 올라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들은 진술을 꺼렸다.

전국의 피해자를 찾아다녀 설득해 피해 진술을 확보하는 데에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곧바로 공갈 범죄 조직의 하층 조직원들을 잇달아 붙잡았지만,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상부 조직은 안갯속에 숨어있었다.

보이스피싱과 유사하게 이번 공갈 범죄도 점조직으로 범죄를 저질러 상층 추적이 쉽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베트남 등 해외에 체류 중인 공범 검거에 장애가 있었다.

조직원들은 고의적인 허위진술로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

조폭 잡았던 형사들, 공갈조직도 소탕해 '경찰 수사력' 입증
여느 보이스피싱 사건 같았으면 인출책 몇 명 붙잡고 사건을 종료하는 경우가 흔했지만, 형사들의 오기를 발동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경찰로서 자존심이었다.

때마침 경찰청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권한이 커진 올해를 '책임 수사 원년'으로 삼고 '서민 생활 침해범죄 100일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경찰의 수사력을 보여주기 위해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한 북부서 형사들은 조직 총책과 상부 조직원들을 향해 수사망을 서서히 좁혀갔다.

먼저 붙잡힌 조직원들은 조직의 총책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거나 베트남에 체류 중인 연락책을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구체적인 증거 확보에 주력했고, 어렵사리 수집한 증거는 A씨가 공갈조직의 실질적인 총책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경찰은 특별단속 100일 기간이 끝날 즈음 공갈 범죄 조직원 15명 중 A씨를 포함한 13명을 붙잡아 9명을 구속해 사건을 검찰로 넘기고, 해외에 체류 중인 2명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터지는 강력 사건에 일일이 대응하며 5개월여간 수사를 이어가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범인들을 대부분 붙잡아 보람이 남는다"며 "100일 특별단속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력을 보여주려는 일선 형사들의 의지가 시민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폭 잡았던 형사들, 공갈조직도 소탕해 '경찰 수사력' 입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