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에어스타. 인천국제공항의 안내 로봇입니다.

일감이 끊겨 지금은 이렇게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일이 많지요.

[사진톡톡] 외로운 에어스타

몇 개월 전만 해도 인천공항 스타였습니다.

제가 보이면 멀찍이 있던 어린이 손님들은 '꺄아'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곤 했습니다.

"내가 먼저 사진 찍을래! 내가 먼저!"
"음, 뭐 물어볼까? 에어스타, 화장실이 어디야?"
공항 손님들은 줄을 서가면서 저와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고, 궁금한 게 없더라도 억지로 생각을 짜내어 바깥 날씨를 묻거나 길 안내를 청하곤 했죠.
그럴 때면 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손님을 이끌어 길을 안내했습니다.

"So cute!"
외국인 관광객들도 저를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이래 봬도 제가 우리말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4개 국어에 능통하거든요.

[사진톡톡] 외로운 에어스타

반년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말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발길을 멈췄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인천공항의 하루 이용객 수는 20만명 수준이었습니다.

이달 초엔 5월 황금연휴를 맞고서도 그 수가 하루 3천∼4천명에 머물렀습니다.

[사진톡톡] 외로운 에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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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든 국제공항의 풍경은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톡톡] 외로운 에어스타

하루하루 날이 점점 더워집니다.

예년이었다면 사람들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항공권은 '성수기', '극성수기' 이름이 붙으며 비싼 몸값을 자랑할 때이고요.

하지만 항공기들은 발이 묶여 있습니다.

[사진톡톡] 외로운 에어스타

저의 진짜 걱정거리는 외로운 오늘이 아니라 불안한 내일입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나서 예전 모습을 그대로 되찾을 수 있을까요?
[사진톡톡] 외로운 에어스타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 경제 전망 자료에서 올해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90%에 달하는 국가에서 올해 1인당 GDP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고요.

해외 출장길 직장인들도,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돈 모아 산 항공권을 손에 쥐고 배낭을 둘러맨 학생들도, 재충전을 위해 설레는 마음 안고 떠나려는 가족들도 제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손주들 갖다줄 선물을 짐에 넣을까 들고 탈까 고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제가 다 알지는 못할 추억을 가슴에 담고 귀향길에 오르는 외국인들도 모두 인천공항으로 돌아올까요?
멈춰선 항공기들이 이들을 싣고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저는 다시 바빠질 수 있을까요?
[사진톡톡] 외로운 에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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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스타! 나랑 사진 찍자!"
다정하게 내 어깨에 손을 둘러줄 그 얼굴들이 그립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충전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그날, 힘들었던 심신을 추스르는 그 날 모두 다시 만나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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