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 유족 참여해야"…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오후 이천 화재 물류창고 찾아 시공사 '건우' 규탄 집회
이천 화재 유가족 "참사 한 달,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종합)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참사 발생 한 달째인 29일 유가족들은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조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유가족 대표 박종필씨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어디에서 불이 시작됐는지가 아니라 왜 이번에도 과거와 똑같은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는지, 왜 노동자가 똑같은 참사를 당했는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은 날 수 있다.

그런데 왜 대피를 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다"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사고는 언제든 반복되고 재발할 수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중대재해 책임자인 발주처 한익스프레스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물러나 있다.

감리업체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하청업체들은 자신은 책임이 없다며 심지어 피해자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을 죽인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회사의 생존이 어려워지기를 바란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천 화재 유가족 "참사 한 달,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종합)
이들은 "대통령께서는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금 목숨을 잃은 38명의 유가족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 노동자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꼭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사망한 38명의 영정을 목에 건 유족들은 화재 현장에서 생존한 민경원씨가 낭독하는 편지에 울음을 터트렸다.

지하 2층에서 일하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형이 당시 불 속에서 목숨을 잃은 동생에게 보낸 편지다.

유가족 법률 대리인인 김용준 변호사는 "과거 2008년에는 일주일 안에 중간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책임자 구속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한달 동안 아무런 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며 "발주자와 시공사, 협력업체가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유가족이 진상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한익스프레스 본사도 찾아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오후 4시 50분께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으로 옮겨 시행사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사과를 촉구했다.

이천 화재 유가족 "참사 한 달,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종합)
가족들은 "안전의식도 없는 당신들은 그저 '살인자'"라며 "억울하게 희생된 38명의 영혼들과 유족들에게 속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짧은 집회를 마치고 불에 타 검게 변해버린 물류창고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묵념이 이어지는 동안 가족들은 "내 가족을 살려내라"고 외치며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유가족 대표들은 물류창고 주변에 마련된 건우 측 컨테이너 건물을 찾아 회사 관계자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건우 대표는 이날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어 현장에는 없었다.

이들은 "가족들이 왔으면 찾아와서 도의적으로 사과를 하는게 맞는 것 아니냐"면서 "(나중에 대표를 만나면) 가족들에게 와서 사죄하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오후 6시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합동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