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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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비결이요? 코스타리카에서도 한국인의 성실하고 정직한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죠.”

한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코스타리카 케포스시장에 당선돼 지난 1일 취임한 김종관 씨(70·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떻게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케포스는 중미 코스타리카 서쪽 해안에 있는 인구 약 3만3000명 규모의 도시로, 미주 지역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김 시장은 “37년 동안 열심히 살면서 신뢰를 많이 쌓은 것 같다”며 “피부색이 다른 나를 믿고 뽑아준 주민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1950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난 김 시장은 부친이 세상을 떠난 직후인 1983년 코스타리카로 이주했다. 김 시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철물점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먼저 미국에 가서 살다가 여행 차원에서 방문한 코스타리카의 자연환경에 매료돼 이곳(케포스)에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33세 나이에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간 그는 케포스 현지에서 철물점을 차렸다. 김 시장은 “아버지의 노하우를 토대로 열심히 일하던 와중에 코스타리카에 건축 붐이 일었다”며 “이때 건축 원자재를 팔아 기반을 잡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케포스에서 4성급 호텔과 유원지를 소유하고 있다.

김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불과 49표 차이로 당선됐다. 상대방은 선거 당시 현직 시장으로, 개표 결과에 불복해 현지 선거관리 기관인 최고선거재판소에 재개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져 다시 검표 과정을 거쳤지만 결과는 그대로 김 시장의 승리였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국인 사업가와 현직 시장의 대결은 코스타리카 현지에서도 이슈였다. 김 시장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내가 앞서자 상대 측 후보는 ‘공짜로 집을 주겠다’는 식으로 표를 돈으로 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김 시장은 제1공약으로 지역 대학생을 위한 교통편 마련을 내세웠다. 그는 “케포스는 관광지라 도시에 대학을 유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다른 이웃 도시로 통학할 수 있는 교통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에 쥐여주는 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심을 주민들이 알아준 덕분”이라고 했다.

현재 코스타리카 국적인 김 시장은 “외국에 살면서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의 강력한 정신과 정체성이 나를 여기에 이르도록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그가 케포스 현지의 호텔(산바다호텔)과 유원지(물구리) 이름을 한국 발음으로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시장은 “케포스에서 조그마한 한국의 역사를 계속 써가고 싶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