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등교 개학 첫날 한 초등학교에서 칸막이를 두고 급식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등교 개학 첫날 한 초등학교에서 칸막이를 두고 급식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반가운 마음에 친구와 껴안고, 마스크 벗고 얘기하고, 버릇처럼 얼굴 만지고….

지난 27일 등교 개학 첫 날을 맞은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지를 위한 학생들 간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기 힘든 초등 저학년(1~2학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28일 “초등학교 등교 수업 첫 날을 맞이한 교육 현장의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며 전국 초등 1~2학년 담임교사들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설명 자료를 냈다.

초등교사들은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 거리 유지 등 방역 수칙 준수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대다수 학생이 마스크 착용을 잘 지켰지만 초등 저학년의 경우 발달 특성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교사들은 “습관적으로 코를 파거나 얼굴을 만지는 학생들이 많다. 코를 내놓고 있거나 마스크를 내렸다 올렸다 반복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 “초등 저학년은 거리에 대한 개념이 아직 부족하다. 적정 거리를 지도해도 조금만 움직이다 보면 거리 유지가 안 된다”면서 “일정 거리마다 바닥에 표시해두지 않으면 자발적 거리 유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지속적으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등굣길 발열체크 과정에서부터 거리두기 실천은 거의 불가능했다는 설명. 저학년 등교만으로도 등교 시각(오전 9시)을 넘긴 곳이 많아 순차 등교 개학에 따라 전교생 발열체크를 교문 앞에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급식 시간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초등교사노조는 “수업 시간까지 마스크를 잘 착용하던 학생들도 식사를 위해 마스크를 벗은 후엔 무의식적으로 이동하거나 대화하려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교실 소독을 위한 방역 용품이 락스 한 통과 고무장갑만 제공하는가 하면 비누, 핸드 타월 등 기본적 손씻기 용품이 구비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가진단시스템의 모호한 기준 역시 문제라고 짚었다. “증상 중 하나만 클릭해도 등교중지 명령이 떨어지고,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도록 해 학부모들과 교육 현장 혼란이 가중된다”고 부연했다. 자가진단시스템에선 ‘등교 중지’가 나왔으나 선별진료소는 의심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등교해도 좋다”고 답변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마스크 착용, 거리 유지 등 현재 지침상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을 인지하고 대안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