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측 "실명으로 피해사실 공개했으므로 국민참여재판도 가능"
피해자 "사람들 앞에서 피해진술 원치않아…실명공개 맥락 이해해야"
전 서울대 서문과 교수 성추행 피해자 "국민참여재판 반대"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씨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지에 대해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A씨의 변호인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판단을 받아보고싶다는 의사를 고수했다.

A씨는 서울대 교수이던 2015∼2017년 외국 학회에 제자 B씨와 동행하면서 세 차례 신체를 만져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8월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애초 이 사건은 단독 재판부로 배당됐으나, A씨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밝혀 합의부로 재배당됐다.

규정상 합의부 관할사건만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된다.

A씨의 변호인은 신체 접촉이 있었던 건 맞으나 B씨의 주장과 세부적 사실관계가 다르고, 해당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인지 배심원 판단을 받고 싶다고 했다.

또 B씨가 이미 징계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실명 등을 밝히며 피해사실을 알리고 언론 인터뷰를 한 만큼, 피해자 보호라는 측면도 다른 성범죄 사건과는 조금 달리 접근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 앞에서 한 의견진술과 달리, 무차별적인 사람들 앞에서 다시 피해 사실을 재연·증언하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시간을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은 또 애초 B씨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서울대가 A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의 가벼운 처분을 내리자 그 부당함을 알리려고 한 행위라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피해 호소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실명을 공개한 것인데, 이를 근거로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공개해도 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사정을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을 하려면 적어도 50명 이상을 법정으로 불러 추첨을 통해 배심원단을 선정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과거 대법원 판례도 소개하며 검찰과 A씨, B씨 측의 의견을 더 숙고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