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정의연에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만큼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언론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라”는 지시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윤 당선자의 소환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의연 신속하게 수사하라"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정의연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에 대검 소속인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을 파견하는 등 수사 지원에 나섰다. 전문 수사관은 최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정의연의 회계장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0일과 21일 마포구의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평화의 우리집(쉼터)’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엔 정의연 회계담당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수사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부실회계 처리, 안성쉼터 고가 매입 의혹, 개인계좌 후원금 모집 등이다. 윤 당선자와 정의연은 한 맥줏집에서 3300만원을 지출했다고 기재하는 등 기부금 회계처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정의연 기부금이 기부자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됐다”며 윤 당선자를 횡령·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8일에는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윤 당선자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윤 당선자는 경기 안성시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2013년 7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최근 4억2000만원에 매각해 정의연에 금전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도 횡령 배임 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접수된 윤 당선자 관련 고발 사건은 10여 건에 달한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국회 회기를 고려해 발빠른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당선자는 오는 30일부터 국회의원 임기에 들어간다. 다음달 5일에는 21대 국회 회기가 시작된다. 국회가 열리면 윤 당선자는 불체포특권을 지닌다. 불체포특권은 현직 국회의원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권리다. 177석의 여당 동의가 있어야만 신병 확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다음달 5일 전에는 윤 당선자를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이 모든 의혹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만큼 수사 범위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윤 당선자 신병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혐의점을 도출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이인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