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간담회…유족 "죽음의 문화 바꿀 법 필요"
"오늘도 현장에선 또 다른 김 군, 동준이, 용균이 만들어져"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하지만 기업을 처벌할 법과 제도도 없고 죽음을 예방하지도 못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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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구의역 김 군'의 동료인 임선재 PSD 지회장은 김 군이 사망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성 PSD 직원이던 김 군은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들어오던 열차에 치여 숨졌다.

산업재해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2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가족, 동료를 산업현장에서 잃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유족들은 "기업들이 대부분 죽음을 작업자의 과실, 개인의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관행"이라며 "제도를 통해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미숙 씨는 "이런 죽음들이 너무 흔했지만 용균이가 죽기 전엔 모르고 살았다"며 "더는 이런 죽음이 발생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꾸준히 같은 산업재해 사고가 반복되는 건 사회·구조적으로 죽음들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사에서 직원에게 폭행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 실습생 고(故) 김동준(당시 18세)군 어머니 강석경 씨는 "동준이 사고 후 사측에서는 아이가 마이스터고를 갔던 걸 보면 집안이 부유하진 않았을 거라며 불우한 가정사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김 군은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2013년 11월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던 중 한 직원에게 폭행을 당하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이듬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강 씨는 "아이의 죽음이 회사 업무와 관련된 폭행이란 걸 입증하기 어려워 같이 폭행당한 동료 한 분을 스토커로 신고당할 정도로 쫓아다녔다"며 "아이가 현장 실습생 자살사고로는 최초로 산재승인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책임을 입증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죽음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법을 만들지 않으면 또 다른 김군, 동준이, 용균이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그걸 방지할 수 있는 법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