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 친구 형 이발해주며 시작 박기택 할아버지 "봉사하면 마음 편해"
반세기 무료 이용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 수상
[#나눔동행] 52년째 이용 봉사…"가위 들 힘 있을 때까지 할 터"

"돈이 없어도 제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용 봉사입니다.

가위를 들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할 생각입니다.

"
충남 당진에서 62년째 무궁화 이용원을 운영하는 박기택(79) 할아버지는 23일 자신이 이용 봉사를 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박 할아버지는 팔순이 가까운 요즘도 매월 2차례 지역 노인복지시설인 평안마을 등을 찾아 노인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는 이용 봉사를 한다.

머리 깎는 노인이 60여명에 이르지만, 누구에게서도 돈을 받지 않는다.

10대 후반인 1959년 이용업에 뛰어든 그가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10년 뒤인 1969년 28세 때다.

늦깎이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할 즈음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친구 형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친구 형을 경제적으로 도와주고 싶었지만, 전역 직후다 보니 모아놓은 돈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그때 문득 '머리라도 깎아드리자'는 마음으로 가위를 들게 됐고, 거울을 보며 만족스러워하는 형을 보면서 '돈이 없어도 남에게 해줄 게 있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부터 박기택 이발사는 자전거를 타고 당진 곳곳을 누볐다.

재능기부가 시작된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발기(속칭 바리깡), 가위, 빗, 면도기 등이 들어 있는 이발통을 들고 집을 방문해 머리를 손질해줬다.

[#나눔동행] 52년째 이용 봉사…"가위 들 힘 있을 때까지 할 터"

그가 요즘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과 마지막 주 일요일이다.

평안마을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에게 미용 봉사를 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수십명에 이르는 어르신의 머리를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평안마을을 찾는 날은 새벽부터 분주하다.

평안마을 봉사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진다.

이용 서비스 대상이 적은 날은 50명, 많은 날은 70명을 웃돈다.

그는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채 가는 날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은 늘 편하고 즐거웠다"며 평안마을을 찾는 날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평안마을에서만 2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인근 평안실버요양원에서도 10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

그는 "그동안 우리 아버지, 어머니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자녀들의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날은 내 마음이 보람으로 가득 차 도리어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날도 적지 않다.

그에게 머리를 깎으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어르신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안마을에서 20년간 봉사를 하다 보니 그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과 친해졌는데, 어느 날 가보면 세상을 떠나셨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 말을 들으면 슬픔에 잠겨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박기택 할아버지는 곧 80대에 접어든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나눔동행] 52년째 이용 봉사…"가위 들 힘 있을 때까지 할 터"

그는 "난 아직 팔팔한 70대로, 다리에 힘이 있고 손도 말짱하다"며 "이발기와 가위 등을 들 힘이 있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택 할아버지는 반세기 지역 어르신을 위해 무료 이발 봉사를 한 공로로 지난해 2월 26일 제8기 국민추천포상 봉사 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그는 "당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를 만나 표창장을 받은 데 이어 청와대에서 대통령까지 만나 악수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며 "그날의 기억이 새롭다"고 회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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