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 장애인식 개선 강사단 '브릿지온 앙상블·아르떼'
"다시 관객 만날 때까지" 묵묵히 실력 연마하는 장애인 강사들

지난 21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교회 소강당. 바이올린과 첼로 등의 선율이 어우러진 헝가리 춤곡 '차르다시' 연주가 흘러나왔다.

기자와 관계자밖에 지켜보는 이가 없는 연습이었지만 연주자 6명은 마치 무대 공연인듯 진지한 태도로 연주를 이어갔다.

밀알복지재단 소속 장애 인식 개선 강사단 '브릿지온 앙상블'(Bridge on Ensemble) 단원들의 모습이었다.

23일 재단에 따르면 이 앙상블의 단원은 모두 클래식 악기를 전공한 발달장애인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창단 뒤 공연을 통해 비장애인들이 편견을 버리고 장애인에게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해 왔다.

이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앙상블이 인기를 얻자 올 초에는 동생 격인 '브릿지온 아르떼'(Bridge on Arte)도 출범했다.

발달장애인 작가 5명이 속한 아르떼는 그림 전시와 토크 콘서트, 미술 체험활동 등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소통한다.

앙상블과 아르떼 단원들은 올해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원으로 기업체와 관공서 등에서 이뤄지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막 날개를 펼치려던 이들의 활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중단됐다.

감염 우려로 실내 공간에 모여 연주나 작품 전시를 감상하기 어려워지자 기업들의 출강 요청이 2월부터 뚝 끊겼고 예정됐던 공연도 모두 취소됐다.

"다시 관객 만날 때까지" 묵묵히 실력 연마하는 장애인 강사들

단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묵묵히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주중에는 매일 모여 4시간씩 악기 연습과 미술작품 창작을 하고, 귀가해서도 좀처럼 쉬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활동 내내 마스크를 쓰고, 발열 체크와 손 소독·환기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다.

앙상블은 각 세대가 즐기는 대중가요를 담은 새 공연 레퍼토리도 연구 중이다.

이미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걱정말아요 그대', '네 박자' 등을 선율로 옮겨 한층 더 친근해진 공연을 준비했다.

다운증후군 환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예찬(22) 단원은 "곡이 끝날 때마다 들리던 박수 소리가 없으니 아쉽지만 항상 희망을 품고 열심히 연습한다"며 "다시 관객분들을 만나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아리랑'도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르떼 단원 김승현(22)씨는 "매일 출근해 드로잉 연습과 캐릭터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많은 분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앙상블 지도강사 유원석(54)씨는 "앙상블 단원들은 비장애인보다는 곡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지만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연주한다"며 "코로나가 어서 잠잠해져서 모두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의 조태승 대리는 "브릿지온은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나 복지 측면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 활동들과 달리 장애인들이 예술을 통해 직접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활동"이라며 "이들의 꿈이 코로나로 좌절되지 않을 수 있도록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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