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징후로 손과 발 묶인 14시간 동안 의무관 진료 없어
야간과 주말에는 상주 의무관 없어…응급상황 대처 어려워
야간의료공백에 모호한 보호장비 규정…구치소 수감자 관리 부실

부산구치소에서 공황장애를 앓던 수감자가 손발이 묶인 상태로 14시간 이상 독방에 수감됐다가 숨진 사건과 관련 교정시설의 부실한 수감자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이 있거나 이상 증상을 보이는 사람 손발을 의사 소견 없이 4시간 이상 묶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또 지속해서 상태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모호한 보호장비 착용 규정과 의료진 부족 문제로 부산구치소 공황장애 수감자는 손발이 묶인 채 사실상 방치됐다.

22일 부산 구치소에 따르면 재소자 관리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이 법률은 도주·극단적 선택·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 우려가 클 때와 위력으로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할 때 보호장비를 착용시켜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수용자 나이, 건강 상태, 수용 생활 태도 등을 고려해야 하며, 의무관은 수용자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숨진 A씨는 14시간이나 손발이 묶여있었고 공황장애를 호소했지만, 구치소로부터 아무런 구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

야간과 주말에는 구치소에 상주 의무관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산구치소 측은 장시간 보호장비 착용과 관련 "법률과 규정에 몇시간 이상 보호장비를 착용시키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고 이상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계속해서 착용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용 시간을 규정해야 한다는 부분은 법무부도 공감하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교도 행정상)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규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구치소는 의무관이 A씨 건강 상태를 체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주말에는 의무관이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구치소에는 의사 면허가 있는 의무사무관 3명과 공중보건의 2명이 근무한다.

이들은 통상 평일 일과시간에만 구치소에 상주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재택근무를 하며 응급상황이 있을 때만 호출을 받는다.

구치소는 A씨가 지속해서 이상 증상을 보였지만 주말이라 의무관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보호실로 옮겨 손발을 묶은 것으로 보인다.

부산구치소 관계자는 "야간과 주말에는 심정지나 뇌출혈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의무관을 호출한 뒤 환자 상황을 살피고 외부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수감자가 상당히 많아 그때마다 의무관을 호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수감자가 많지만, 현재 부산구치소에는 정신 전문의가 한 사람도 없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교정시설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교도소와 구치소는 의사 인력 확충에 애를 먹는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상 증상이 있는 환자 손발을 묶을 때는 의사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며 "일반 병원에서도 규정을 완벽하게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구치소 내에서는 환자 관리가 더 열악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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