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가 10년 전부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전 정대협 상임대표 및 정의연 이사장)를 비판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할머니의 비판이 정계 진출에 따른 ‘서운함’에서 비롯됐다는 윤 당선자의 주장과 대치된다.

미국 위안부 단체인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의 김현정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다 참다 한 말씀만 올린다”며 “이 할머니가 미국에 오실 때마다 정의연·윤미향에 대한 문제의식을 털어놓은 지 10년이 다 돼간다”고 썼다.

그는 “(이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이 정파적으로, 조직 이기주의로 가는 것을 눈치채고 정대협에도, 나눔의 집에도 소속되는 걸 거부했다”며 “독립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눈부신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위안부 피해 배상과 교육을 위해 힘써온 활동가다. 통역을 도우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데 도움을 줬다. 2007년 미국 하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할 때도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주장은 윤 당선자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성금이 어디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자 윤 당선자는 13일 한 라디오에 나와 “(자신이 이 할머니 곁을 떠나는 데 대한) 상실감, 서운함 때문에 못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연 역시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에 대한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당연히 가족을 떠나보내는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김 대표는 “할머니가 제기한 근본 문제는 지난 30년간의 운동 방식을 반성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위안부 운동의 대표 활동가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과연 그 일을 해내는 방법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며 “위안부 활동을 하는 단체가 모금한 기부금을 투명하게 사용했는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 제기”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