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채무자 소유의 공유물(공동 소유 재산)에 대해 분할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분할청구를 인정했던 기존 판례와는 다른 선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1일 권 모씨의 채권자인 A대부회사가 권씨와 공유자로 등기된 권씨 누나를 상대로 낸 공유물분할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의 아파트는 권씨 누나 단독 소유로 등기돼있다가 권씨와 권씨 누나가 공동으로 상속받으면서 2016년부터 두 사람이 공유자로 등기됐다. 이에 A사는 권씨가 아파트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않고 있다며 권씨 누나를 상대로 공유물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A사의 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대부회사)가 권씨를 대신해 공유물분할 청구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만으로도 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사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아파트를 지분에 따라 현물로 나누기가 곤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아파트를 경매에 부쳐 그 대가를 지분에 따라 분배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A사의 청구에 따라 아파트를 경매에 부치고 금액을 A사와 권씨 등에게 분배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시 권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 분할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정 분할방법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공유물 분할 청구권의 특성상 대위행사(대신해 권리 행사)를 허용하면 여러 법적 문제들이 발생한다"며 "다른 공유자들이 분할을 원치 않는 경우에도 그들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뺏게 되는 것이므로 이는 공유자들에게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순일·김재형·박정화·김선수 대법관은 "공유물 분할 청구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은 채권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며 "대위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당한 때 채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