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봉사' 영국인 사회복지가, 올해의 이민자 선정
61년 전 부산항에 내린 뒤 가난으로 고통받고 소외된 여성과 청소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영국인 사회복지가 수산나 메리 영거 여사(83·사진)가 ‘올해의 이민자’(대통령 표창)로 선정됐다.

법무부는 20일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제13주년 ‘세계인의 날’ 기념식을 열어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법무부장관 표창 등 17점의 정부포상을 수여했다. ‘세계인의 날’은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이루자는 취지에서 2008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영거 여사는 1959년 23세에 영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외삼촌과 사촌오빠가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에 관심이 있던 중 천주교 대구교구의 사도직 협조자(아욱실리스타)로 입국했다. 그는 1960년 대구 효성여대 영어교수를 시작으로, 1962년 대구가톨릭여자기술원(현 가톨릭푸름터)을 설립하고 대구·경북지역의 가출 청소년과 미혼모 지원에 나섰다. 1964년 영국의 지원을 받아 축산농장(무학농장)을 설립, 농민들의 자립 기반을 지원하기도 했다. 1967년 한국 생활을 기록한 《무궁화》라는 책을 미국에서 출간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 현재 국내 영주자로, 2011년 명예 대구시민이 됐다. 대구 황금동 가톨릭푸름터에 거주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영거 여사는 영상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양 수산나, 영어로 메리 영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만 사랑하는 한국에서 이런 상을 받게 돼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인규 사단법인 충남다문화가정협회장도 대통령 표창(개인)의 영예를 안았다. 박 회장은 중국인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꾸린 당사자이고 1급 중증 척수장애인이다. 그는 2001년부터 19년간 다문화가정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재한외국인의 인권 보호 및 대국민 인식 개선에 기여한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도 재한외국인 사회통합업무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단체)을 받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